"추방 아닌 포용"…스페인 '체류기회 확대'로 세계 反이민물결 도전
- 26-01-28
미등록 이주민에 합법 체류 기회 부여…"결속·경제에 긍정 역할"
전문가 "세계적 이민단속 강화와 차별돼…균형추 역할" 평가
세계적으로 불법 이민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도 좌파 성향의 스페인 정부가 공식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합법 체류 기회를 부여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이날 수십만 명 규모의 미등록 이주민에게 임시 거주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을 공포했다.
이미 스페인에 거주 중인 미등록 이주민이 대상으로 △2025년 12월 이전 스페인 입국 △최소 5개월 이상 거주를 입증하면 임시 거주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허가증은 1년간 유효하고 갱신 가능하며 스페인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도 부여한다.
스페인 정부는 농업·관광·서비스업 등 핵심 산업에서 이주 노동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스페인의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고 성장에 기여해 왔다. 현재 스페인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민은 50만~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총인구는 약 5000만 명이다.
엘마 사이즈 델가도 이민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책은 사회적 결속과 국민 복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이번 조치를 두고 최근 서방 각국이 극우·포퓰리즘 세력의 압박 속에 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해 온 흐름과 차별되는 것이라며 스페인이 자국을 '이민자들의 등대'로 내세우려 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불법체류 이민자 수백만 명을 체포·추방하는 광범위하고 공격적인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영국은 난민 규정을 강화했고, 그리스는 망명 신청이 기각된 뒤에도 체류하는 이주민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위법 소지에도 망명 신청자들을 알바니아에 수용해 심사 기간 머물게 하려 한다.
반면 스페인은 비교적 이민자들을 포용해 왔다. 모든 이민자를 환영한 것은 아니지만 스페인어를 쓰고 종교를 공유하며 문화적 이해가 있는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를 중심으로 받아들였다.
마드리드 코밀라스 교황청립대 이민연구소구자 세실리아 에스트라다 비야세뇨르는 "반(反)이주 담론이 확산되는 국제 환경에서 스페인의 결정은 '균형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에서 미등록 이주민에게 체류 자격 경로를 열어야 한다는 요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조건에서 일을 하면서 힘을 얻었다. 2021년 이주민 단체와 좌파 단체, 가톨릭교회의 지지로 해당 입법 추진이 시작됐고 70만 명 넘는 스페인인이 이에 서명했다.
그러나 보수 야권은 반발하고 있다. 보수 성향 국민당(PP)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정부가 이달 45명이 숨진 치명적 열차 사고에서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번 조치를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극우 정당 복스(Vox)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민자들의) 침공을 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스페인 대법원에 법령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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