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지역 ‘ICE 공포’덮치고 있다…가짜 소문이 아니었던 이유
- 26-01-25
단속 급증·공공장소 체포 확대…아이·노인까지 휘말린 이민 단속의 현실
시애틀 지역이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 대대적 단속 소문으로 크게 술렁였다. 지난 주 시애틀 내 4개 학교가 ‘마스크를 쓴 ICE 요원들이 나타났다’는 확인되지 않은 SNS 게시물만을 근거로 하루 가까이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대규모 단속은 없었다. 적어도 그날은 그랬다.
겉으로 보면 과잉 반응처럼 보인다. 무분별한 SNS 정보에 사회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 탓도 있다. 하지만 워싱턴주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ICE 단속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학교와 지역사회가 느낀 불안은 단순한 ‘착각’만은 아니다.
연방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해 동안 워싱턴주의 ICE 체포는 전년 대비 14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워싱턴주에서 추방된 인원은 1,000명을 넘으며 2024년 같은 기간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이민 전문 변호사 아돌포 오헤다는 “미네소타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워싱턴주에서도 단속의 압력은 꾸준히 높아져 왔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과 노인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지난해 워싱턴주에서는 18세 미만 아동 88명이 ICE에 구금됐고, 이 중 56명은 이미 추방됐다. 최연소는 3세였다. 65세 이상 고령자도 17명이 체포돼 9명이 추방됐다. 대부분은 부모나 보호자의 이민 절차에 휘말린 경우다.
ICE는 범죄자를 우선 단속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추방자 중 범죄 전력이 있는 비율은 급감했다. 2024년에는 추방자 72%가 범죄 전력이 있었으나, 2025년 중반까지는 40%로 떨어졌다. 반면 거리, 상점 주변, 주택가 등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는 ‘현장 체포’ 비중은 80%를 넘었다.
오헤다 변호사가 맡은 58세 건설 노동자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퓨얼럽의 은행에서 나오던 그는 차량 번호판 조회만으로 체포돼 타코마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그러나 법정에서 범죄 혐의는 전혀 입증되지 않았고, 30년 이상 거주하며 시민권자 자녀와 손주를 둔 사실만 확인됐다. 불법 체류는 형사범이 아닌 민사 사안이다. 그는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언제든 추방될 수 있다.
오헤다는 “이제는 왜 체포됐는지 묻기도 민망할 정도로 근거 없는 단속이 많다”며 “공공장소에서 체포해 충격을 주는 방식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에서 ICE가 범죄 혐의를 SNS에 공개했다가 법정에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ICE가 공개한 ‘최악의 범죄자’ 명단에는 중범죄자도 포함돼 있지만, 이는 전체 체포자의 3.5%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소수의 중범죄 사례로 대다수 이민자를 범죄자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이번 학교 봉쇄는 결과적으로 오보에 근거한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러나 단속 통계와 현장의 사례를 보면, 시애틀 지역 사회가 느끼는 불안은 결코 허상이 아니다. 그들이 본 것은 ‘유령’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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