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목소리'세운 시애틀 자선가 낸시 스키너 노드호프 별세

윗비 아일랜드에 ‘나눔의 유산’남기고 향년 93세로 


시애틀을 대표하는 자선가이자 지역사회 활동가, 그리고 윗비아일랜드 여성 작가 레지던시 ‘헤지브룩(Hedgebrook)’의 공동 설립자인 낸시 스키너 노드호프가 지난 7일 별세했다. 향년 93세다.

노드호프는 생의 말년에 이르러 ‘주는 기쁨’을 표현할 문장을 고민했지만, 그의 아내 린 헤이스는 “그녀는 평생 말이 아닌 삶으로 나눔을 보여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헤이스는 노드호프의 삶을 관통한 핵심으로 “완전히 열린 마음과 한없이 관대한 정신”을 꼽았다.

노드호프는 시애틀의 대표적 기부 가문에서 태어났다. 윈프리드 스왈웰 스키너와 길버트 스키너의 막내딸로 성장한 그는 매사추세츠의 마운트 홀리요크 칼리지를 졸업한 뒤 서북미로 돌아왔다. 

전통적인 삶의 궤적을 따르면서도, 벨뷰 비행장에서 비행기를 배우다 미래의 남편 아트 노드호프를 만나는 등 당대 여성으로서는 드문 선택을 이어갔다.

1957년 결혼 후 세 자녀를 둔 그는 오버레이크 메모리얼 병원, 시애틀 주니어리그, 필란스로피 노스웨스트, 그리고 1980년 공동 설립한 시애틀 시티클럽 등 수많은 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펼쳤다. 특히 시티클럽은 남성 중심이던 시민단체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비당파 조직이었다.

1980년대 들어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다시 성찰하기 시작했다. 전국을 여행한 밴을 타고 돌아온 뒤 그 차를 기증하며 “항상 꽃을 꽂아둘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는 일화는 그의 삶의 미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드호프의 삶에서 가장 큰 유산은 여성의 목소리를 세우는 일이었다. 친구 셰릴 펠드먼과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이라는 한마디를 계기로, 그는 윗비아일랜드 숲속 48에이커 부지에 헤지브룩을 설립했다. 1988년 문을 연 이후 헤지브룩은 2,000명 이상의 여성 작가들에게 무료 창작 공간을 제공해왔다. 모든 오두막에 장작 난로를 둔 것도 “여성은 스스로 불을 지필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현 헤지브룩 대표 킴벌리 윌슨은 “낸시는 친절하면서도 강한 사람이었다”며 “기부란 돈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자는 초대라는 걸 몸소 보여줬다”고 말했다.

노드호프는 1999년 지역 비영리단체 ‘구스풋(Goosefoot)’도 공동 설립해 휘드비섬의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주거 지원에 힘썼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두어 도어 메르세데스 컨버터블은 그의 유일한 ‘사치’로 가족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아내 린 헤이스와 세 자녀, 손주 7명과 증손주 1명을 남긴 노드호프는 “사람들이 자신의 관대한 마음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았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기부를 마운트 홀리요크 칼리지와 헤지브룩으로 보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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