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기다릴 수 없었어요"…스위스 화재 불길 뚫고 10명 구한 시민 영웅
- 26-01-04
딸 전화 받고 현장으로 달려가 맨손으로 청년들 구조
최소 159명의 사상자를 낸 스위스 유명 휴양지 술집 화재 참사에서 맨손으로 불길에 뛰어들어 청년 10명을 구한 주민의 영웅담이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는 청년들을 구한 이탈리아 출신의 스위스 시민권자 파올로 캄폴로(55)를 인터뷰해 보도했다.
화재는 1일 새벽 1시 30분쯤 스위스 발레주(州) 크랑몽타나의 술집 '르 콘스텔라시옹'에서 새해맞이 행사를 하던 중 일어났다.
술집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캄폴로는 화재 직후 딸 파울리나(17)의 전화를 받았다. 술집에 간다고 방금 집을 나선 딸은 수화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로 "아빠, 큰일 났어요. 불이 났어요. 다친 사람이 너무 많아요"라고 말했다. 캄폴로는 곧장 소화기를 들고 술집을 향해 내달렸다.
캄폴로가 술집에 도착했을 때는 구조대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술집 사방에서 짙고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지만, 모든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딸은 충격에 빠진 모습으로 술집 앞에 서서 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술집 뒷문 유리창 너머로 청년들의 간절한 손짓을 본 캄폴로는 "정체도 모르는 한 남자와 함께 온 힘을 다해 문을 잡아당겼다"며 "소방관들이 준비 중이었지만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도끼 하나만 있어도 좋았겠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며 "어떻게 했는지 저도 모르겠지만 가진 힘을 다 쏟아부어 결국 열었다"고 덧붙였다.
문이 열리자 여러 명의 청년이 쏟아져 나왔다. 캄폴로는 "화상을 입은 젊은이들이었다. 의식이 있는 이도, 없는 이도 있었다. 여러 국가의 언어로 '살려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아주 어린 아이들도, 피부가 그을린 소녀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캄폴로는 맨손으로 아이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청년들을 한 명씩 끌어내 안전한 곳에 눕혔다.
그는 "아픔도, 연기도, 위험도 생각하지 않았다. '저 아이들이 내 아이였을지 모른다'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캄폴로는 10명의 청년을 화마에서 구했다. 시신도 여러 구 수습했다.
캄폴로는 너무 많은 연기를 마셔 시옹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는 "지역사회의 연대는 놀라웠다. 인근 술집들은 의료 지원소로 변했다. 부상자들을 주방에 앉게 해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왔다"며 "그 참혹함 속에서도 보여준 인간애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캄폴로는 금융분석가로 2023년부터 동거인, 그리고 딸과 함께 크랑몽타나에 살고 있다.
한편 이번 화재로 현재까지 40명이 숨지고 119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최소 80명이 위독하다. 대부분 새해 전야 술집에서 파티를 즐기던 스무살 전후의 청년들이다.
소방 당국은 샴페인 병에 꽂아 터뜨린 폭죽이 나무로 된 천장에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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