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수필-박순자] 샬롬 공동체

박순자(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이사장)

 

샬롬 공동체


푹 늦잠이라도 자고 싶은 요일이다.  하지만 이것 저것 챙기고 준비해야 하니, 일찍 기상하는 날이다. 실은 나이 탓일까?  움직임의 굼뜸으로 지각할까 내심 급하다.  때론 귀찮은 생각이 들면 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내 안에서는 ‘갈까 말까’로 씨름한다.  으례 판전승은 게으름을 벗어나 도전해 보는 기회에 동참해야겠다는 결의다. 병물 수건 연필 필기 노트를 넣은 스포츠 가방과 함께  요가 매트를 잊지않고 집을 나선다.  

벌써 많은 남녀의 시니어들이 이름표를 목에 걸고 운동하기 위한 준비로 기다리고 있다.   앞에는 트레이너가 중앙에 있어야 할 자리 대신 커다란 화면이 놓여 있고, 화상을 통한 원격 교습인 셈이다. 트레이너가 화면으로 먼저 시니어들의 건강과 노년의 축복된 삶을 위해 기도로 시작하니 색다른 분위기에 감정이 숙연해지고 흐뭇함을 느낀다.  

훈련 강사의 지시에 몸동작을 열심히 익힌다.  “훈련은 반복적인 연습이다”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강사님의 구호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시니어들의 모습에 놀란다. 나는 뒤쪽에 자리 정하고는 그 누가 잘하고 있는가? 점수 매기는 것을 즐기며 스트레칭을 따라 한다. 

예측보다 성적이 좋다. 왜일까?  이시니어들이 오래 전부터 자신들의 몸 균형을 위해 꾸준히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 보람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고강도의 동작도 척척 잘 해내는 분들을 보면서 나에게 주는 의미가 크게 와닿았다.  트레이너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이를 잊고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번 칭찬받는 분의 연령은 팔십대의  여자분이시다. 이분은 평상시에 골프 등 운동을 꾸준하게 하시는 분이시다.  일상에서 부지런하게 반복적으로 하는 훈련 실력이 얼마나 인생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세상은 AI 등 정보시스템에 예민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은 아예 눈 딱감고 모르쇠로 편하고 쉬운 길로 살고 싶지만, 뭔가 배움터로 향해야 하는 즐거운 비명에 시달린다.  

참 우리는 좋은 세상을 만났다.  독립된 정신 무장으로 밝고 긍정적인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노년의 삶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들의 나이에 연연함 없이 운동, 취미 생활, 배움의 장소, 유익한 모임 등 즐거움을 창출해내며 살아가는 우리야말로 감사 밖에는 아무 것도 없는 듯하다.  

혼자 살고 있는 친구의 말이다.  “하루의 삶이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는 바쁜 일로 나이를 잊고 살아요”하는 고백을 들을 때 바로 우리들 노년의 삶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운동 후에 이어지는 정신 건강도 큰 몫이다.  머리를 명석케 하는 말씀의 훈련이 끝나면   점심도 이 샬롬 공동체에서 빠질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그룹으로 모여 담소하며 먹는 음식은 모일 때마다 메뉴가 바뀌고 평소 입맛 타령하는 분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포만감에 잠이 올세라 흥미있는 프로그램이 계속 색다르게 펼쳐진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모두가 흥겹게 한마당이 된다. 

 함박웃음이 나이를 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우리 시니어들이야말로 복을 받은 늙은 임을 실감한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이제 2025년 달력을 떼어내야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새해에 밝아오는 희망의 해에 펼쳐질 아름다운 그림을 상상하니 마음이 벅차오른다. “훈련은 반복적인 연습이다”라는 푯대를 향해 달려가리라는 향기로운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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