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최재준] 다섯 번째 계절

최재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다섯 번째 계절

 

가을에 비 농사를 시작하면

마음속에 웅덩이를 파고

젖은 언어로

겨울의 시상을 모아 둔다


바다 같은 호수 위

호수 같은 바다 위

섬들 사이로 나비 날개를 털며

빛 조각을 나르는 페리에는

액체 햇살이 가득하다


태평양이 키운 산꼭대기들

하얀 렌즈구름을 감싼 채

에메랄드 빛 여름을 되씹는다


겨울과 한겨울 사이

커피 향이 시클라멘보다 짙어지고

계절과 계절의 틈새에

또 다른 계절이 스민다


길 건너 커피숍을 향해

연어가 범람하는 도심을 건너며

애완견의 산책을 방해해도 괜찮다


맥박처럼 따뜻하게

속삭이는 법을 아는 빗방울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인연이 편하듯

젖어서 더 가까워지는 사람들


시애틀에선

1월에 우산을 받지 않는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