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에서 먹는약으로…FDA 승인으로 비만약 시장 '지각변동'
- 25-12-24
노보노디스크, 경구 카드로 왕좌 '탈환' 가능성 ↑
'주사제' 거부감 느껴온 수요층 흡수 기대감 커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경구(먹는) 비만 치료제를 승인하면서, 주사형 GLP-1 계열이 주도해 온 글로벌 비만약 시장의 판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그동안 비만 치료제는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주사 투여에 따른 부담과 접근성 한계가 확산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왔는데, 알약 형태 치료제가 공식 허가를 받으면서 시장 자체가 한 단계 확장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23일 노보노디스크는 22(현지시간) FDA로부터 고용량 세마글루타이드 경구제를 성인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의 만성 체중 관리 적응증으로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한 경구 GLP-1 계열 치료제의 첫 승인 사례다. 주사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과 동시에 '주사'라는 특성에 의해 문턱을 넘지 못했던 수요층을 흡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승인은 비만약 시장의 주도권 경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비만 치료제 시장을 개척해 온 노보 노디스크의 주사형 위고비는 최근 마운자로라는 경쟁사 제품이 공격적으로 시장 영역을 넓히면서 큰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내년 초 예정된 경구 비만약 출시가 위고비 브랜드의 외연을 다시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주사형으로 구축한 의료진·환자 기반 위에 '알약'이라는 선택지를 추가함으로써, 경쟁사 대비 포트폴리오 우위를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이번 FDA 승인에서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체중 감량 수치 자체보다 접근성 개선이다. 기존 주사형 GLP-1 비만약은 임상 효과에도 불구하고 주사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냉장 보관과 투여 과정의 번거로움, 장기 치료에 따른 피로감 등이 확산의 제약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반면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은 보관과 투여가 간편해 초기 체중 관리 단계의 환자나 주사 치료를 망설이던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주사 치료가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군과, 경구제로 관리가 가능한 초기·유지 단계 환자군으로 시장이 점차 분화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임상 데이터 역시 기대를 뒷받침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경구제는 임상에서 약 13%대에서 최대 16%대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분석 기준과 추적 기간에 따라 수치 차이는 있지만, 주사형 치료제와 비교해도 의미 있는 수준의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경구 GLP-1 계열이 단순한 보조 치료가 아니라, 독립적인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과 해외 증권가에서는 경구 비만약이 2030년 전후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20% 안팎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보고서는 경구제 확산이 기존 주사 시장을 잠식하기보다는, 비만 치료제 전체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위고비 출시 심포지엄 모습. 2024.10.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출시 일정과 가격 전략도 시장의 관심사다. 외신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에 승인된 경구 비만약을 내년 1월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은 월 149달러 수준부터 시작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월 수백 달러에서 1000달러 안팎으로 인식돼 온 기존 주사형 GLP-1 치료제 가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보험 적용 이전의 자가부담 시장을 직접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비만 치료는 보험 적용 범위가 국가·보험사별로 상이한 만큼, 일정 수준의 자가부담이 가능하더라도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경구제의 가격 경쟁력은 체중 관리에 관심은 있지만 고가 주사 치료를 망설이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보 노디스크는 주사형 위고비의 현금가 조정도 함께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경구제와 주사제가 경쟁 관계라기보다 환자 특성과 치료 단계에 따라 역할이 분화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FDA 승인을 단순한 신약 허가가 아니라, 비만 치료가 주사 중심 전문 치료에서 대중적 만성 관리 영역으로 확장되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먹는 비만약의 등장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그동안 굳어졌던 경쟁 구도를 다시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다만 경쟁업체의 후속 경구용 제품이 언제 출시되느냐가 다시 한번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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