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이란, 동성애 옹호하는 시애틀행사에 공식 항의하고 나서

시애틀 월드컵 기간중 열리는 ‘프라이드 행사’에 공식 항의

LGBTQ+ 환영 프로그램 놓고 FIFA 중재 요청… 문화·가치 충돌 

 

내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시애틀에서 열릴 예정인 이집트와 이란의 조별리그 경기를 둘러싸고, 성소수자(LGBTQ+) 권익을 강조하는 현지 행사 계획이 외교·문화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집트와 이란 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 항의 서한을 제출하며 중재를 요청한 가운데, 월드컵이 다시 한 번 정치·사회적 가치 충돌의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과 ESPN이 11일 보도했다.

이집트축구협회(EFA)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경기 당일 LGBTQ+ 지지 활동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FIFA 사무총장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에게 보낸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EFA는 해당 활동이 “경기 참가국의 문화·종교·사회적 가치와 충돌하고, 팬들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과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FIFA 정관 4조에 명시된 정치·사회적 중립성 원칙을 언급하며, 월드컵 경기장이 특정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란축구협회도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메흐디 타즈 이란축구협회장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비합리적이며 특정 집단을 지지하는 신호를 주는 행위”라며 “FIFA 이사회에서 반드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와 이란은 모두 자국 내에서 LGBTQ+ 활동을 강하게 제한하는 국가로, 특히 이란에서는 동성 간 성관계가 중형 또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논란은 시애틀 지역 비영리단체가 매년 개최해 온 ‘시애틀 프라이드페스트(Seattle PrideFest)’를 월드컵 일정과 연계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지역 조직위원회는 이집트-이란 경기가 열리는 6월 26일을 ‘프라이드 매치’로 지정하고, 경기장 주변과 도심 곳곳에 예술 작품 전시와 퍼포먼스 등 LGBTQ+ 환영 메시지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조직위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변인 하나 타데세는 “시애틀은 다양한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도시로, 모든 방문객이 존중받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복잡한 이유는 해당 행사가 FIFA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이다. FIFA는 경기장 내부와 공식 팬존에 대해서만 관리 권한을 갖고 있으며, 도시 차원에서 진행되는 커뮤니티 행사에는 개입할 법적 권한이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이집트와 이란의 요구가 실제 행사 중단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FIFA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중잣대’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FIFA는 개최국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유럽 국가들의 ‘원러브(OneLove)’ LGBTQ+ 지지 암밴드 착용을 사실상 금지했고, 일부 팬들의 무지개 색상 소지품이 제지되기도 했다. 반면 이번 대회는 미국에서 열리며, 시애틀은 미국 내에서도 성소수자 권익 보호 정책이 강한 도시로 평가받는다. 이집트·이란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미국 사회의 반발이, 반대로 프라이드 행사 유지를 용인할 경우 중동·이슬람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FIFA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이란축구협회가 예고한 대로 다음 주 카타르에서 열릴 FIFA 이사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행사가 FIFA 관할권 밖에서 진행되는 만큼, 개최 도시 및 조직위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인 제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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