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와일드 진저'창업자 짐 한 록 셰프 별세

제임스비어드 수상·아시안 음식 선구자…향년 90세로 가족 곁에서 영면


시애틀 아시안 요리의 지평을 연 ‘와일드 진저(Wild Ginger)’의 창업자이자 제임스비어드상 수상 셰프인 지임(짐) 한 록(Jim Han Lock)이 지난 달 22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히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생전 “부엌을 떠나도 머리는 늘 음식에 있었다”는 그의 말처럼, 록 셰프는 요리를 생애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다. 아들 제이슨 록은 “우리가 아버지를 찾아갈 때마다 노트북으로 레시피를 쓰고 계셨다”고 회상했다.

1935년 11월 중국 광둥성 타이산의 김섹 마을에서 태어난 록은 1947년 샌프란시스코로 이민해 고교와 대학을 다녔다. 1954년 미 육군에 입대해 일본 아사카 시의 캠프 드레이크에서 근무한 뒤 제대 후 홍콩에서 아내 레일라를 만나 1962년 시애틀로 이주했고, 이듬해 결혼했다. 이후 시애틀 곳곳의 중식당에서 요리를 시작해, 유명 레스토랑 ‘Victor Rosellini’s Four-10’과 ‘The Other Place’에서 매트르디와 와인 캡틴으로 일하며 명성을 쌓았다. “와인 저장고 열쇠를 받은 유일한 직원이었다”고 아들 제이슨은 말했다.

그는 이어 페어몬트 올림픽 호텔(옛 포시즌스 올림픽)의 스페셜티 셰프, 벨뷰 레드라이언 인의 F&B 디렉터를 거쳐 1989년 7월 29일 제이슨의 생일에 와일드 진저를 열었다. 개점 당시 시애틀타임스는 이 식당을 “도시 최초의 아시안 에클렉틱 레스토랑”이라 평했다.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의 음식을 펼쳐냈고, 신선하고 대담한 맛으로 “우아한 스낵의 정점”이라 불렸다. 

록 셰프는 매일 새벽 시장을 돌며 모든 재료를 직접 확인하는 엄격한 장인정신으로 유명했다. 딸 레나는 “철저한 분이었지만 매우 친절하고 베풀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와일드 진저는 뉴욕타임스·보나페티·선셋·고메 등 전국 매체에 소개되며 전국적 명성을 얻었고, 록 셰프는 1997년 제임스비어드상 ‘PNW/하와이 최고 셰프’ 부문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좇지 않았다. 

제이슨은 “제임스비어드 하우스에서 요리해야 한다는 관례를 거부한 최초의 후보였다”며 당시 아버지가 “상을 줄 거면 그냥 주라. 시험 보듯 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990년대 절정기 와일드 진저는 하루 700~800명의 손님이 몰리고, 테이블을 기다리는 데만 3시간 걸리기도 했다. 

제이슨은 “40년 요식업 경력 동안 그 경험을 다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확장 압박에도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2001년 은퇴 후에도 식당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여러 도시의 레스토랑을 도왔다. 은퇴 후에도 요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고, 그는 가족들을 위한 요리책을 쓰기도 했다.

일 외에는 농구를 즐겼으며 70대까지도 풀코트 경기를 뛸 만큼 건강했다. 무엇보다 가족을 사랑한 그는 손주·증손주들에게 좋은 음식의 가치를 전한 ‘미식가 할아버지’로 기억된다. 

그는 아내 레일라, 아들 제이슨, 딸 레나와 사위 진, 손주 브래들리·크리스틴·로렌·케일라·프린스턴, 증손녀 페이튼·올리비아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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