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경전철역 ‘비둘기와의 전쟁’ 치르고 있다

캐피톨 힐 스테이션 월드컵 앞두고 대대적 청소·방지 작업 돌입

“매일 쌓이는 배설물에 승객 불편”…사운드트랜짓, 스파이크·그물·피임약까지 검토


시애틀의 대표 경전철역 중 하나인 캐피톨힐 스테이션이 비둘기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역 입구와 에스컬레이터 주변은 흰 얼룩이 뒤덮고 있으며, 통행객들은 이를 피해가며 승하차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운드트랜짓은 2026년 시애틀에서 열리는 FIFA 월드컵을 앞두고 역 청결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나 워커 사운드트랜짓 이사회 위원은 “월드컵 손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지역 주민들이 깨끗한 역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운드트랜짓은 외부 용역을 늘리고, 고압 세척을 강화하며, 새로운 방지 장치 설치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비둘기들은 설치된 스파이크나 그물망이 생기면 곧바로 새로운 틈새를 찾아 적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쉽지 않은 싸움이다.

비둘기들이 캐피톨힐 역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먹이 때문이다. 인근의 딕스 드라이브인, 마켓, 식당 주변 음식물 쓰레기가 풍부해 비둘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역 주변 상권의 구조 역시 비둘기 서식에 유리한 공간을 제공한다.

사운드트랜짓에 따르면 청소 인력이 매일 밤 바닥을 닦고, 필요할 경우 낮에도 추가로 배설물을 치우고 있다. 작년에는 비둘기를 포획해 다른 곳에 방사하는 방식도 시도됐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일부 역에서는 비둘기용 피임약(OvoControl) 도입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1년간 투입하면 개체수를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꾸준히 먹이를 주는 시민들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쉽지 않다고 한다.

비둘기 배설물은 단순한 미관 문제를 넘어 인체와 시설물에도 위험하다. 말라서 먼지가 되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오래 방치할 경우 염분과 암모니아 성분이 철 구조물을 부식시킨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매년 100여 건의 ‘교량 세척(bridge flushing)’이 이루어지고 있고, 미네소타 I-35W 교량 붕괴 사고에서도 배설물 부식이 진행된 사실이 지적된 바 있다. 타코마의 Fishing Wars Memorial Bridge 역시 배설물이 겹겹이 쌓여 구조물 상태 평가조차 어려워 지난해 폐쇄됐다.

사운드트랜짓은 내년 초부터 노스게이트 역 등 여러 주요 역에 추가적인 방지 설비를 설치하고, 전문가 점검을 거쳐 장기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국제구역/차이나타운역은 월드컵 전에 대대적인 고압 세척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수년째 해결되지 않던 ‘비둘기와의 전쟁’은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주변 시민들의 무심코 던진 음식물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어, 관계자들은 “결국 시민의 협조 없이는 완전한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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