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학 박홍근의 삼성행, 과학계 '깜짝'…이재용의 '삼고초려'
- 25-11-22
삼성전자, SAIT 원장에 세계적 석학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 영입
"이례적 순수 과학자 영입, 기초과학 100년 체력 기르겠단 의지"
"박홍근 교수도, 삼성전자도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나노과학·분자전자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가 삼성전자(005930)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접한 동문 화학자의 한 줄 평이다. 노벨상에 비견할 업적을 세운 석학의 기업행(行)도, 조직운영 경험이 없는 학자에게 사장직을 맡긴 삼성전자의 결정도 모두 이례적인 모험이라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21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박홍근 하버드대 화학·물리학과 석좌교수를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사장)에 신규 위촉한다고 발표했다. 입사 예정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기존 SAIT 원장직을 겸임했던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25년 넘게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과학 연구에 매진해 온 글로벌 석학이다. 1967년생인 그는 서울대 화학과에 수석 입학해 전교 수석으로 졸업했다. 1999년 32세의 나이에 하버드대 조교수로 임명됐고, 200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종신교수(테뉴어)에 올랐다. 이때마다 국내 언론에서 '천재 과학자'로 주목받았다.
연구 성과도 혁혁하다. 세계 최초로 '단(單)분자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성과로 2002년 네이처 표지논문을 장식한 데 이어, 다른 과학자들은 평생 한 번 논문을 싣기도 어렵다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무려 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2003년에는 역대 최연소로 삼성 호암상(13회) 과학상을 받았다.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경이다.
박 교수의 영입 소식에 국내 화학계가 놀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교수의 서울대 화학과 선배이자 대한화학회장 출신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박 교수의 업적과 위치는 노벨상이 부럽지 않을 꽃길"이라며 "하버드대 교수직을 중단하고 모국의 산업계(대기업)에 온 것은 본인 입장에서도 중대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 교수는 박홍근 교수를 영입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결단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박 교수의 학문적 성과는 뛰어나지만, 조직을 운영해 본 기업 경험은 없다"며 "애당초 종합기술원(SAIT)이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지만 미래 50년, 100년을 준비할 기초과학 체력을 더 탄탄하게 다지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역대 SAIT 원장의 면면을 보면 박홍근 교수의 영입은 다소 의외다. 직전 원장이었던 전영현 부회장을 빼더라도 경계현(DS부문장), 진교영(메모리사업부장), 황성우(SDS 사장), 김기남(DS부문 부회장) 등 대부분 경영자 출신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非) 기업 출신 과학자에 SAIT 원장을 맡긴 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가 4년 전 SAIT와 쌓은 인연도 그의 '삼성행'(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1년 삼성종합기술원 고문직을 맡았다. 당시 박 교수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황성우 삼성SDS사장, 함돈희 종합기술원 펠로 겸 하버드 교수와 '뉴로모픽 반도체' 관련 논문을 공동 집필해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게재하는 성과를 냈다.
해당 논문은 박 교수와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공동 연구한 성과로 뇌 신경망에서 뉴런(신경세포)들의 전기 신호를 나노전극으로 초고감도로 측정해 뉴런 간의 연결 지도를 '복사'(Copy)하고, 이를 메모리 반도체에 '붙여 넣어'(Paste), 뇌의 고유 기능을 재현하는 뉴로모픽 반도체의 기술 비전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SAIT 원장을 맡아 뉴로모픽 반도체, 양자컴퓨팅, 나노바이오 등 원천기술 연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주현 중앙대 교수는 "단분자 트랜지스터, 나노튜브 등 박 교수의 과거 연구가 수십 년이 흐른 오늘날 산업단에서 실증될 단계가 된 점도 (박 교수의 영입에) 영향을 주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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