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국내 건조' 쟁점 극복한 정부…'핵연료 조달 협력' 명문화도 성과

한미 팩트시트 발표…핵잠 '자력 생산' 사실상 확정
핵연료 공급 위해선 美 원자력법 91조 예외 조항 적용 필요해

 

정부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 '국내 건조'에 합의했다. 아울러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핵연료 조달 협력'을 명문화하며 핵잠수함 도입 사업의 첫 관문을 잘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건조' 최대 쟁점 해결…美 건조에 비해 시간·비용 줄인다

한미 양국은 14일 지난달 29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한미는 팩트시트에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하여,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한미 정상 간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내 건조를 전제로 진행됐다"라며 한미가 이 부분에 합의를 이뤘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국의 핵잠수함은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위 실장의 언급은 긴밀한 협상을 통해 이를 한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바꿨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팩트시트는 조약이나 협정보다는 구속력이 떨어지지만, 한미가 각각의 문서를 작성해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서'를 국문본, 영문본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일치된 합의'를 했음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위 실장이 공개적으로 '국내 건조'를 언론에 브리핑한 것은 팩트시트 기재 여부와 무관하게 한미 간 합의가 잘 이뤄졌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간 군 안팎에선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할 경우, 비용과 시간이 국내 건조에 비해 많이 들어가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핵잠을 수입하는 형식이 될 수 있어 '한국형 핵잠' 건조라는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팩트시트 공개를 계기로 이 논란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핵잠 보유는 1994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도한 30년 숙원사업이다. 외교가에서는 '핵 비확산'에 극도로 민감한 미국이 공식 문서에 한국의 '핵잠 건조 승인'을 명시하고 향후 협력 의사를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로 보고 있다.

한미 양국의 무역·안보 관련 합의사항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가 14일 공개됐다. 이번 팩트시트는 지난 7월 30일 한미 간 첫 무역합의와 8월 25일과 10월 29일 각각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후속합의 내용을 포함해 처음으로 양국 간 합의를 문서화해 발표한 것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한미 양국의 무역·안보 관련 합의사항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가 14일 공개됐다. 이번 팩트시트는 지난 7월 30일 한미 간 첫 무역합의와 8월 25일과 10월 29일 각각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후속합의 내용을 포함해 처음으로 양국 간 합의를 문서화해 발표한 것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美·英·濠 '오커스 협정' 사례 주목…'속도감' 있는 후속 협의가 관건

위 실장은 이날 핵잠 운용을 위해 필요한 핵연료 도입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미국과 영국, 호주가 맺은 '오커스 안보 협력체'의 사례를 언급했다.

오커스는 2021년 9월 대중 견제 강화를 위해 미국·영국·호주가 결성한 안보 협력체로 미국은 오커스 출범을 통해 1958년 이후 63년 만에 제3국인 호주에 핵잠 기술을 전수하기로 했다.

호주도 기본적으로 한국처럼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두 협정 모두 미 원자력법 123조에 의거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민간' 목적의 '평화적 이용'에만 국한된다. 또한 핵기술·물질의 외국 이전을 철저히 통제한다. 이에 미국과 호주는 미 원자력법 91조에 기반해 별도 협정을 설계했다. 91조에는 핵물질을 군사적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예외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비확산 안전장치 마련, 법률 검토 등 후속 절차를 밟은 것이다.

위 실장은 "호주가 핵잠 기술 전수에 합의할 때를 보면, 미국의 원자력법 91조의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런 방법도 있을 수 있고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은 (앞으로) 협의하기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핵잠 도입을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보다는, 호주처럼 91조 예외조항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미국 측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속도다. 오커스 협정은 체결에 3년여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정부는 미국과의 별도 협정 체결 외에 다른 방안도 일단은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오커스도 별도 협정 체결까지 3년이 걸렸다. 한국도 후속 협의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남았지만 시간이 여유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임기 내에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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