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인정한 '까다로운 협상가'… 김정관 92일 관세전 빛났다
- 25-10-30
석 달 난항 끝 극적 타결…취임 직후부터 관세 매달린 산업장관
트럼프 "아주 까다로운 협상가…능력 부족했다면 좋았을텐데"
7월 30일 구두 합의 이후 92일간 난항을 겪었던 관세협상이 29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국 정상간 '톱다운' 방식의 결단으로 막판 돌파구가 열렸다. 막후에서는 실무선의 끈질긴 협상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지며, 이번 협상을 이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핵심 라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7월 21일 취임한 김정관 장관은 취임 103일 만인 이날 한미 관세 협상 최종 타결을 이끌었다. 취임 직후부터 매달 미국을 오가며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 조율에 매달린 끝에,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안을 끌어낸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미 통상 협상이자, 관세 인하·투자 구조 조정이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해결한 '100일 협상전'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합의로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졌다. 한국은 3500억달러 가운데 2000억달러를 현금으로, 나머지 1500억달러는 조선·에너지 협력 프로젝트에 분할 투자하기로 했다. 연간 투자 한도는 200억달러로 설정,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실리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장관은 취임 이틀 만인 7월 23일 첫 방미길에 오르며 협상 전면에 나섰다. 당시 미국은 8월 1일부터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었다. 김 장관은 여한구 통상본부장과 함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이틀 연속 통상협상을 진행한 뒤 귀국도 미룬 채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 추가 협상을 이어갔다. 결국 7월 30일 한미는 구두 합의에 도달했지만, 세부 이행방안과 투자 구조 조정을 놓고 협상이 장기화되며 이후 3개월간의 조율전이 이어졌다.
이후에도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수차례 미국을 오가며, 화상회의·현장 협의를 병행하는 강도 높은 협상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방미 일정을 소화했고, 협상 막판인 22일에는 귀국 이틀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취임 100일이 아니라 협상 100일이었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협상은 현금 투자 비중과 납입 기간을 두고 교착이 길어졌지만, 김 장관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등과 외환시장 안정과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워 미 측을 설득하며 '연간 투자 한도 명문화'라는 절충안을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미 관세협상 세부 합의 결과 브리핑에서 "연간 투자 상한을 설정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했고,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전액 현금 선불'이라는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완화시키면서도, 한미 협상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 정부의 협상력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이날 경주 APEC CEO 서밋 연설에서 "김정관 장관은 훌륭한 분이자 아주 까다로운 협상가"라며 "조금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상대국 실무자를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트럼프식 유머 속에 '강한 협상가'로서의 존재감을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모두 협상을 잘했다"면서 "탁월한 협상가들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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