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엔 당근도 채찍도 안 통했다…위기의 트럼프 '평화 중재자론'
- 25-10-04
푸틴 옹호하며 중재 시도 번번이 실패…알래스카 초대로 푸틴 숨통만
최근 우크라에 적극적 군사지원 및 러 압박 강화…대러 전략 전환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장담에도 3년 6개월째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는 아직 가시권에 들어오지 못했다. '현대판 차르', '전쟁광'으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는 관세 압박도 '끈끈한 브로맨스'도 통하지 않았다. 종전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교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최근엔 다시 입장을 바꿔 러시아에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책 전환이 아닌 일시적인 수사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다만 전례 없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더해지고 있어 이번엔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격퇴하고 영토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가 '영토 양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또 러시아를 '종이호랑이'라 부르며 최근 러시아 드론과 전투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격추할 권리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 역시 불과 2주 전 "러시아의 실수일 수 있다"고 했던 발언과 비교하면 급격한 입장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실망감을 표출한 적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전과는 다른 강력한 이번 발언은 그간의 중재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데 따른 좌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러시아를 어르고 달래기를 반복했다. 때로 최후통첩, 추가 제재, 러시아의 무역 파트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까지 꺼내 들며 러시아를 압박했지만 대체로 러시아 편에 서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2월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면서도 푸틴 대통령의 체면은 세워주었다.
8월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절정이었다. 러시아의 시간 끌기 작전에 말려드는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범죄 혐의로 수배 중인 푸틴 대통령을 미국령에 초대해 자신의 리무진에 동승시키며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게 했다. 또 협상에 응하면 제재 완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신호도 주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주 이내에 젤레스키 대통령을 만나는 대신 중국을 찾아 보란 듯 시진핑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나란히 서면서 밀착을 과시했다.
그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50일', '10~12일', '2주' 협상 데드라인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채 날짜만 지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에 회의감을 드러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떼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이나 무기 지원 관련 유럽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책임을 유럽으로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유럽 관리들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의 최근 수사는 우크라이나에 불가능한 임무를 떠넘겨 전쟁에서 흔들리거나 자금이 바닥났을 때 미국의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일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새로운 방향으로 전략의 키를 돌렸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 강화에 이전과 다른 수준의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내부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장거리 타격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러시아의 정유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를 더욱 효과적으로 타격해 러시아 전쟁 자금줄을 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제공도 검토하고 있다. 토마호크는 사거리 약 2400㎞로 모스크바를 비롯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그간 확전 우려로 트럼프 행정부가 꺼리던 선택지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장'이 아닌 '협상'을 통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우크라이나 전략은 휴전 중재 중심에서 점차 공격적 지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어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다만 이 전략이 우크라이나 평화를 앞당길지는 의문이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무서운 것은 전투가 급격히 격화될 위험"이라며 "트럼프가 더 이상 동맹이 아니라면 러시아는 전쟁에 더 크게 올인할 것"이라고 더모스크바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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