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도 '비자 제도 개선' 언급…'탄력적 상용비자' 도입 주목
- 25-09-10
B-1 비자 '적용 범위' 늘리고 '단기 파견' 비자 별도 개설 요구
'한국인 전문 인력 별도 쿼터' 美 입법도 본격 제기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 해결을 위한 한미의 협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정부가 미국에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해 단기 상용 비자인 'B-1' 비자의 탄력적 운용을 제기했다는 이야기가 10일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대면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단기 상용 비자의 탄력적 운용을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조 장관은 비자 제도의 개선과 관련해 미국 측에 단기적·장기적 조치를 구분해 제의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측은 먼저 단기적 조치로 현재 운용 중인 B-1 비자의 '탄력적 운용'을 미국 측에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 대부분은 비자 신청을 면제해 주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발급받거나 최대 6개월간 비즈니스 회의나 계약, 시장 조사 등이 가능한 B-1 비자를 받고 입국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STA나 B-1 비자 모두 취업 활동이 금지된다. 그러나 전문직 취업에 필요한 'H-1B' 비자나 주재원 비자인 L-1 비자 등을 취득하는 데 수개월이 소요되거나 추첨제로 인해 비자 발급의 확실성을 보장할 수 없는 점, 미국 측이 요구하는 높은 기준 등을 고려할 때 공기가 정해져 있고 수시로 인력 투입이 필요한 건설 현장에선 모두가 적법한 비자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B-1 비자의 경우, 업무 범위를 어떤 수준으로 제한해야 하는지를 두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의 외교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B-1 비자 소지자는 현장에서 장비 설치 및 시운전, 현지 직원 대상 교육 등의 활동이 가능한데, 이번 단속에선 이같은 기준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무차별 단속'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 협의를 통해 B-1 비자의 '탄력적 운용'을 통해 미국 측이 B-1 비자 소지자의 현장 활동 기준을 폭넓게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와 같이 '단기 파견 근무'를 위한 별도의 비자를 신설해 운영하는 방안도 한미 간의 안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의 비자 체계에선 공장 건립과 인력 훈련 등을 목적으로 한 단기 파견에 부합하는 비자는 없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이 공개한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 장면.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정부는 장기적 사안으로는 한국인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비자 쿼터인, E-4 비자 신설을 위한 입법과 H-1B의 한국 쿼터(할당) 신규 도입 추진을 미국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E-4 비자 신설 내용을 담은 '한국 동반자법'(PWKA) 입법을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전문 교육과 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 연간 최대 1만 5000개의 E-4 비자를 발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H-1B 비자의 경우 미국이 한 해에 전 세계에 8만 5000명에게만 발급하고 있고, 추첨식으로 선발하고 있어 기업의 입장에선 예측 불가능성의 문제가 있다. 한국의 H-1B 비자 취득률은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칠레(H-1B·1400명), 싱가포르(H-1B·5400명), 호주(E3·1만 500명) 등에 전용 취업비자 쿼터를 두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대미 투자액이 큰 한국 역시 쿼터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같은 사안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 내 반(反)이민 정서가 더욱 강해지며,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내부에서도 한국에 대해 비자 발급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캐럴라인 레빗 미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비자 제도 개선과 관련해 "국토안보부와 상무부가 이 문제를 공동으로 검토 중이라고 알고 있다"라고 말해 미국 내부에서도 일정 수준의 논의가 개시됐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은 10일(현지시간) 오후 2시 30분쯤 현지에서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정부는 '자진 출국' 형식으로 일괄 귀국시킨다는 계획인데, 300여 명 전부가 이번에 귀국을 원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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