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장서 나올 상상까지"…한미관세협상 뒷얘기 들어보니
- 25-08-04
정책실장, 한미협상 뒷얘기 공개…"2+2 협의 무산 때는 급당황"
'핵심' 러트닉 밀착 마크, 6번 만나…'마스가 프로젝트' 큰 관심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상호관세 시한을 코앞에 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 뒷이야기를 3일 공개했다. 협상이 급물살을 탄 일주일간 긴박한 상황이 계속됐다.
우리 협상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박차고 나올 각오'로 협상에 임했다 한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같은 내용의 한미 관세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첫 번째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그 결과를 우리 쪽에 전해온 날이 7월 24일인데 (협상이) 타결된 7월 31일까지 일주일간이 제 공직 기간에서도 그렇고, 인생 전체에서 가장 긴박했고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는 주일이었다"며 "인생에서 (이 기간이) 관세협상으로 기록될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한미 관세협상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 장관이 임명된 직후 본격 시작됐다. 앞서 임명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고군분투하며 협상 토대를 만들어 놨고 구 부총리와 김 장관이 미국에 급파되면서 협상이 진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애초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8월 1일이 지나더라도 한미정상회담과 연계해 통상·안보 협상을 일괄 타결하자는 전략을 짰는데, 미국이 일본과 예상보다 빨리 협상을 타결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김 실장은 "정부가 출범하고 (한미)정상회담 개최도 같이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대한민국은 관세 시한에서 예외로 인정을 받고 안보와 통상, 전체를 묶어서 같이 논의하고 타결하는 게 목표였다"며 "7월 22일에 일본이 갑작스럽게 (협상이) 타결됐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형식으로 타결이 됐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번 협상 과정에서 쌀·소고기 시장 등 비관세 장벽을 최대한 지키는 쪽으로 전략을 짰다.
아울러 일본이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550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우리 협상팀은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을 추진하게 됐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김 실장은 "(일본 협상을) 분석해봤더니 러트닉 상무장관 단일 채널을 통해 타결이 됐다는 것을 파악해서 러트닉 장관이 이 국면에서 주도적인 일을 하고 있구나 (파악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우리 정부 기재·산업 장관과 러트닉 장관, 그리미어 대표 간 '2+2 통상협의'가 지난달 24일 갑작스럽게 무산되면서다. 당시 구 부총리는 비행기 탑승 1시간 전에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 실장은 "우리도 무척 당황했다. 부총리가 가면 옆에서 보완적 역할을 하려고 산업부 장관이 간 것인데 산업부 장관의 역할이 갑자기 커진 것"이라고 했다.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제작한 '마스가(MASGA)' 문구가 쓰인 빨간 모자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마스가(MASGA)' 모자를 들고나왔는데, 이를 보여주면서 "산업부가 부처 전체 역량을 총동원해 혼연일체로 방안을 만들었다. 이 모자도 그래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8.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우리 협상팀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러트닉 장관을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김 실장은 "일주일 사이 우리 대표단과 이번 딜의 핵심 역할을 한 러트닉 상무장관이 여섯 번 만났다. 우리가 집요하게 러트닉 장관과 대화했다"고 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의 뉴욕 롱아일랜드 사저를 방문하는 한편, 스코틀랜드 일정까지 따라가 우리 측 입장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스코틀랜드까지 산업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이 가는 것에 대해 우리 내부적으로 굉장히 격론이 있었다. 너무 매달리는 인상을 주면 오히려 협상에 불리하다는 걱정이었다"고 했다.
협상팀은 스코틀랜드에서 러트닉 장관과 두 차례 만났다. 그곳에서의 면담 시간이 가장 길었다. 당시 면담이 끝나고 한미 관세협상의 가닥이 잡혔다고 김 실장은 말했다. "수요일(7월 30일)에 (협상안이) 트럼프 대통령 앞에 갈 수도 있다"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다.
김 실장은 "스코틀랜드에서 협상 후 우리로선 '랜딩존'(Landing zone-착륙지)이 보였다"고 말했다. 협상팀은 스코틀랜드 회의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한 리허설을 시작했고, 구 부총리도 미국으로 급파했다. 김 실장은 "일본 사례, 베트남 사례, 여러 사례들을 보지 않았나. 회의를 해서 별 연습을 다 했다"고 전했다.
협상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자리를 박차고 나올 생각까지 했다. 김 실장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범위 내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면 (협상장을) 나와야 한다. 그런 경우까지 상상하고 많은 논의를 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익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맥시멈을 설정하고 이것을 지키라고 했는데 현장에 간 구 부총리, 김 장관, 여 본부장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설정한 범위 내에서 협상을 타결했다. 여간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합의를 타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악관 X.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1/뉴스1
한미 관세협상에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린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는 미국 측을 설득한 주효한 카드였다. 산업부 중심으로 만든 아이디어였다.
김 장관이 패널까지 동원해 마스가 프로젝트를 설명하자 러트닉 장관이 흥미로워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자"고 했다. 협상팀은 마스가 문구가 적힌 모자도 10개 제작해 준비해 갔다고 한다.
협상팀은 재계 총수 등 민간 기업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전략을 마련했다. 미 행정부 인맥이 넓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도 물밑에서 조력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최선의 노력을 해서 안을 만들었고 수용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면 대한민국은 마지막에 협상장에서 걸어 나올 수 있는 나라다, 그런 뜻을 외교라인을 통해서도 엄중하게 전달했지만, 민간을 통해서도 우리가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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