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민들, 자살·위기 핫라인 ‘988’ 정말 많이 이용

지난해 1,000명당 29.4명이 988에 전화해 전국 11위

 

미국에서 정신건강 위기 대응을 위해 운영중인 988 자살·위기 핫라인을 가장 활발히 사용하는 지역 중 하나가 바로 워싱턴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저널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워싱턴 주민들은 1,000명당 29.4건의 비율로 988에 연락해, 인구 대비 이용률에서 전국 11위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해 전국 평균치인 1,000명당 23.7건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988 핫라인은 2022년 7월 출범 이후 2024년 말까지 총 1,600만 건 이상의 전화, 문자, 채팅 상담을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서부 지역의 이용률이 가장 높았으며, 남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를 공동 집필한 뉴욕대 조너선 퍼틀 교수는 “주별 예산 투입과 홍보 전략이 이용률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 정부는 988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보조금은 제공하지만, 실제 상담 인력 채용과 운영비는 주정부가 책임진다.

퍼틀 교수는 “상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주들은 무분별한 홍보를 꺼린다. 상담이 밀려 오히려 불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2024년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이 988에 대한 지지와 이용 의향이 민주당 지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여, 정치적 성향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워싱턴주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화·인터넷 요금에 월 40센트의 수수료를 부과해 988 운영 예산을 마련한 4개 주 중 하나로, 기술 및 서비스 측면에서 가장 진보된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퍼틀 교수는 현재 각 주의 재정 투자와 자살 예방 성과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 중이며, “워싱턴은 매우 유망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현재 988 이용률은 여전히 정신건강 관련 응급실 방문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퍼틀 교수는 “988은 무료이고 접근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이 낮은 것은 의외”라면서도 “출범 2년 차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1600만 건이라는 상담 건수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988 운영을 총괄하는 연방 보건부 산하 *정신건강·약물남용청(SAMHSA)*은 재정 악화와 구조조정 위기 속에 오는 7월 17일부터 LGBTQ+ 청소년 전용 핫라인을 종료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적 청소년 위기지원 단체인 트레버 프로젝트(Trevor Project)는 “이번 결정은 LGBTQ+ 커뮤니티에 큰 충격”이라며 “자체적인 무료 비밀상담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F. 케네디 Jr. 보건장관은 SAMHSA를 포함한 여러 기관을 통합해 ‘건강한 미국청(Administration for a Healthy America)’으로 개편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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