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응전의 인생사…빈민촌 소년공, 대통령 되다
- 25-06-04
흙수저·비주류…성남시장부터 제1야당 대표까지
尹 0.73%p 패배 후 '통합의 정치' 내세워 승리…
안동에서 태어나 성남의 변두리에서 자란 한 소년이 마침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0.73%포인트(p) 차이로 석패한 뒤 3년 만의 재도전. 이번에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집권에 성공했다.
이재명 후보는 가난과 불우한 환경을 뚫고 대학에 진학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의를 듣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정치권에 들어와서는 특유의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층의 호응을 얻은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경기도지사·당대표를 거쳐 마침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이 후보는 5남 4녀 중 다섯째였다. 어린 시절은 '상처'와 '결핍'으로 점철됐다. 안동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당시 빈민촌이었던 경기도 성남 상대원 시장 한 단칸방으로 삶의 무대를 옮긴다.
가난은 곧 교육의 단절이었다. 중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13살부터 6년간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생활비를 보탰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지문과 후각을 상당 부분 잃었고 온몸 곳곳마다 상처와 굽은 왼팔 장애를 얻기도 했다. 1986년 산업재해로 인한 지체장애 6급 판정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소년 이재명은 열악한 공장 노동자의 삶을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노동재해로 한쪽 팔을 거의 쓰지 못하게 된 경험은, 인권 변호사로서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빈곤과 가난 때문에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나라"를 수차례 말해온 이유도, 정치 이전의 생애에 있다.

변호사 이재명이 정치인으로 발돋움한 도시는 성남이다. 2004년 성남시립의료원 건립 운동을 벌였는데, 주민 2만명의 동의를 받았음에도 당시 한나라당이 다수였던 성남시의회의 반대로 의료원 건립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후보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듬해인 2005년 그는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에 입당,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한차례 낙선한 뒤 2010년 51.2%의 득표율로 당선돼 본격 정치인의 여정을 시작한다.
당선 후 그는 곧바로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다. 당선 후 전임 시정에서 늘어난 빚을 갚기 위해 지방정부 최초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즉 파산을 선언했다. 이후 3년 반 만에 부채를 거의 다 갚았다고 발표했다. 성남시를 잘 이끌어서 재정이 바닥이 났던 곳간을 많이 채웠다는 성과를 내세워 55.1%의 득표율로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 후에는 '청년배당, 산후조리, 무상교복'으로 대표되는 3대 무상복지를 실현하는 등 지방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주목받았다. 이때 여러 기업들을 유치하며 돈을 벌어 무상 복지 정책을 펼쳤는데, 이는 나중에 검찰이 성남FC, 대장동·위례·백현동 의혹 등으로 그를 기소하는 계기가 된다.
그럼에도 성남은 그에게 단순한 정치적 기반 이상의 의미였다. 지금까지도 성남시장 시절을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 꼽을 만큼 이곳은 정치인 이재명의 원형이자 '정치적 고향'이었다.
성남에서의 성공은 경기도로 이어졌다. 2017년 대선 출마 이후 전국구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56.4%를 득표하며 제35대 경기도지사로 취임했다. 성남시장부터 경기지사 시절까지 지역화폐를 대중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시기에 그는 전국 최초 재난기본소득 등을 도입했다. 이는 당시 '민주당 내 야성'으로 불렸던 그를 '국가 운영 가능성'의 후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 사는 최대 지방정부다. 그곳에서 그는 복지·경제·방역·치안 등 종합행정의 전범을 제시하며 자신의 정치적 포지션을 확장했다. 과거 싸움꾼 이미지에서 벗어나 '준비된 행정가'로서의 이미지를 쌓은 시기였다.

이재명의 정치 인생은 파란만장의 연속이었다. 지난 20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의 접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0.73%p 패배한 아픔도 있었다. 2023년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과 구속영장 청구도 정치적 사형선고와 다름없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이른바 '사법리스크'는 이번 대선까지도 그를 옥죄는 가장 큰 리스크였지만,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수사"라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2024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이끌고 원내 과반을 확보하면서 당내 입지를 굳혔다.
2024년 11월 중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은 그는 다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여전히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언급됐으나 당내에선 이제 다른 인물들을 내세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위기도 나왔다.

2심에서 무죄를 받으며 상황이 역전되는 듯했으나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하며 대선 직전 피선거권이 박탈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후 2심을 맡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며 사실상 마지막까지 제일 큰 변수였던 사법 리스크마저 사라졌다.
대선 직전 기사회생한 이 후보는 전국을 누비며 '유능함'과 '통합'을 내걸었다. 2022년 패배의 교훈을 딛고 심기일전하며 유연하고 확장적인 메시지로 중도층과 무당층의 표심을 공략했고, 그 전략은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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