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3년] 트럼프發 종전열차 출발…운명 가를 세갈래 길

우크라 영토 양보 불가피…재침략 막는 서방개입 보장받는 게 최선

미국이 역할 않고 개입 끝내거나 우크라 친러정권 수립 가능성도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시작되며 3년간 지속된 전쟁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번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러 첫 고위급 협상이 진행되며 급진전 분위기가 조성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이 성공할 것이라는 강력한 느낌이 든다"고 자신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종전이 이뤄질 경우 3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봤을 때 최선의 시나리오와 안 좋은 시나리오, 최악의 시나리오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두둔 및 우크라이나 압박 분위기로 볼 때 그가 말한 '성공'은 후자에 가까울 수 있다.

3가지 시나리오와 별개로 러시아 측이 개전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운명은 어두운 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와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남부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를 점령한 상태다.


 

러 현재 점령지는 사실상 러 지배하에 놓일 듯

 

우크라이나의 영토 완전 수복은 사실상 어렵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인정했다. 전선이 현재 상태로 동결되고 러시아가 점령한 땅은 어중간한 상태(limbo)로 러시아 통제하에 놓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일부를 점령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의 경우 일부 점령지와 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령지 통제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는 완충지대 설치나 다국적 평화유지군 파병 등 몇 가지 안전보장을 약속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럽에선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평화유지군 파병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러시아는 유럽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은 절대 안 된다며 반감을 드러낸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등은 러시아의 극렬한 반대로 협상 테이블에서 치워질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가 여러 안보 장치를 약속받더라도 이는 종전 후 당사국들의 이행 여부에 달린 일이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최상의 시나리오는…평화협정 위반시 서방 개입 보장

 

영토 문제를 뒤로하고 우크라이나에 최상의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평화 협정을 위반할 경우 미국과 유럽의 개입을 보장받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와 직접적인 갈등에 놓일 가능성을 열어두는 건 우크라이나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나라들도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종전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부터 계속 군사 지원을 받고,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속·강화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해 대러시아 억지력을 갖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10년 내로 유럽연합(EU)에 합류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관측이다. 군사 동맹체인 나토가 아닌 EU에 가입하는 건 러시아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최악의 시나리오…미국이 손 털고 친러정권 수립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두려워할 시나리오도 있다. 트럼프가 전쟁에서 손을 완전히 털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및 재정 지원을 차단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전후 우크라이나를 떠받칠 세력은 유럽밖에 남지 않는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젤렌스키 정권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친러시아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다. 이미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대놓고 등을 돌렸다. 그는 19일 젤렌스키를 "선거 없는 독재자"라고 부르며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나라가 없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크라이나 정권교체는 푸틴이 바라는 일이기도 하다.

선거가 다시 치러진다면 결과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타국 선거에 개입했던 정황이 다수 있고, 이미 혼란의 도가니가 된 우크라이나에 어둠의 손을 뻗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개입 중단과 친러 정권 수립이 동시에 벌어질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입장에서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중요한 건 평화의 내구성

 

뉴욕타임스(NYT)는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평화의 '내구성'이 관건이라며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전했다.

케임브리지대 국제법 교수인 마크 웰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7500명 규모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적대행위가 재개하면 양측에 모두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가 다른 국가들과 제한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2015년 우크라이나 동부의 휴전 감시 작전에 참여한 스위스 외교관 출신 토마스 그레밍거는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와 분리하는 '접촉선'(line of contact)을 설정하고 오판으로 인한 전투를 방지할 '해방지대'(disengagement zone)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