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완료' 가짜 배달기사가 뜯은 2500만원 수수료
- 25-05-17
배달 대행 프로그램 무단 접속 후 가짜 기사 계정 생성해 송금
한달 만에 81회 접속, 2500만원 편취…벌금 1000만원 선고
2021년 1월 25일 오전 10시쯤 배달 대행 프로그램 플랫폼 회사 A 사의 관리자 프로그램에 누군가가 접속했다. 20대 남성 이 모 씨(24)였다. 이 씨는 프로그램에 무작위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관리자 계정에 접속하는 데 성공했다. 범행의 시작이었다.
A 사는 배달음식점과 가맹 계약을 체결하고 배달 기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배달 대행 플랫폼 회사였다. 음식점으로부터 A 사의 관할 지사가 보증금을 예치 받으면 배달 완료 시마다 보증금에서 배달 수수료가 차감돼 배달 기사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 씨는 무단으로 침입한 A 사의 관리자 계정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궁리했다.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배달 기사 계정을 하나 생성해서 배달을 완료한 것처럼 여러 차례 전산을 입력해 수수료를 편취하는 것이었다.
A 사의 배달 예치금을 이체할 계좌가 필요했던 이 씨는 지인인 김 모 씨에게 계좌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씨와 김 씨는 범죄 수익금을 7대 3으로 나누기로 했다.
이렇게 범죄 일당이 만들어졌다. 이 씨는 관리자 프로그램에 접속해 예치금을 이체하는 역할, 김 씨는 예치금을 이체할 계좌를 제공하는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하기로 일을 분담했다.
김 씨는 2021년 1월 말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포통장 및 징벳, 벌벳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고 3명으로부터 계좌번호를 제공받았다. 징벳은 징역과 도박의 합성어로 징역을 각오하고 돈이 되는 범죄에 가담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은어다. 벌벳은 벌금과 도박의 합성어로, 벌금을 각오하고 돈이 되는 범죄에 가담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은어다.
이 씨는 2021년 1월 25일 A 사의 관리자 계정에 접속해 계좌번호 등을 제공한 송 모 씨의 인적 사항을 입력해 배달 기사 계정을 생성했다. 이후 마치 해당 배달 기사가 배달을 완료한 것처럼 전산을 입력해, 관리자가 예치해 둔 배달 예치금 100만원을 범행 계좌에 전송했다.
이로부터 2월 7일까지 이 씨는 총 1486만 5000원을 자신이 관리하는 한 계좌로 이체했다. 또 다른 계좌엔 같은 달 25일까지 1070만 원을 이체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 씨가 A 사 관리자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한 것은 약 한 달, 총 81회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성은 판사는 지난달 18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컴퓨터 사용 사기 방조 혐의를 받는 송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배달 대행 서비스 제공 프로그램 서버에 타인의 비밀번호를 입력해 침입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송 씨는 자기 계좌번호를 제공해 범행을 방조했다"며 "이 씨는 동종 범행으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을 재범했고, 현재까지 피해자와 합의되거나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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