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애지중지 25㎝ 머리 기른 MZ 男공무원…한순간에 '싹둑' 왜?
- 25-02-15
박조은 광주 광산구 공무원, 소아암 환우 위해 기부
"베푸는 것에 재미 느끼면 더 큰 행복을 얻어"
"한창 예쁠 어린 환우들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었어요."
25㎝의 장발. 박조은 광주 광산구 주무관(31·간호직 7급)이 머리를 싹둑 잘랐다.
그가 공직사회에서 3년간 '눈칫밥'을 먹으며 애지중지 기른 머리카락이었다.
15일 세계 소아암의 날을 기념해 어린 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 본부(어머나 운동본부)에 기부한 박 주무관의 머리카락은 항암치료를 받는 소아암 환우를 위한 가발로 재탄생한다.
건강한 모발을 기부하기 위해 그는 처음 써보는 헤어 팩부터 다양한 헤어 관련 제품을 사용해 관리를 해왔다. 머리를 자르기 전날에는 평소보다 트리트먼트를 듬뿍 사용하는 등 꼼꼼한 준비를 했다.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그의 장발을 잘라준 미용사로부터 "머리카락이 정말 건강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는 "3년 동안 길렀던 머리카락이라 정이 들었는지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원섭섭하기도 했다"며 "아쉬움도 있지만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하니 기쁜 마음이 훨씬 커 들뜨기도 했다"고 말했다.
간호학도였던 그가 대학병원 실습 시절 마주한 백혈병, 소아암 환우를 위해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건 임용 이듬해인 2022년부터였다.
하지만 '장발 결심'은 아무에게도 응원받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부모님은 취지를 설명해도 극구 말렸고, 사이가 돈독한 여동생마저 '징그럽다'고 핀잔을 줬다.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험난함 그 자체였다.
눈칫밥은 물론 의아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일일이 목적을 이야기해 납득시켜야 했다.
그는 "'공무원인데 왜 긴 머리를 하느냐' 등 머리를 기르는 목적 중 하나로 기부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며 "인식을 깨기 힘들어 주변에 '함께하자'는 권유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우여곡절에도 박 주무관은 어린 환우들을 위해 버텼다.
그리고 어머니께 간이식을 하면서 받은 조건 없는 주변의 도움과 사랑을 떠올리며 '베풀고 보답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머리 기르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며 그의 진심이 통했고, 든든한 지원군도 생겨났다.
동료와 지인들은 생일이 되면 빗부터 헤어 팩, 에센스, 퍼퓸 등 머릿결 관리에 유용한 선물과 함께 격려를 보내왔다.
박 주무관은 "초창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주변 응원을 통해 극복해 나갔다"며 "저를 계기로 광주 공직사회에서 남성 공무원들도 누구나 쉽게 머리카락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이어 "막상 머리를 자르고 보니 말도 안 되게 편하다. 그동안 정말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웃었다.
그는 "머리를 감고 말리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고 관리도 수월해 좋다. 외적으로 꾸미는 것도 무언가 자유로워진 느낌이다"며 "며칠 지내다 보니 재기부를 위해 다시 머리를 기를 수 있을까 고민이 될 정도다"고 부연했다.
광산구 내 유일한 남성 장발 공무원으로 머리를 기르는 동안 많은 에피소드도 생겨났다.
그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곳곳으로 강의를 다니는 업무를 했는데, 새하얀 피부와 긴 머리를 가진 박 주무관을 본 경로당 어르신들은 '처녀가 참 곱다'며 칭찬하기 일쑤였다.
어색한 웃음과 함께 자기소개를 하면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박 주무관은 머리카락 기부 외에도 오래전부터 선행을 이어왔다.
대학 시절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며 200시간 이상 이웃을 위해 자원봉사를 해왔다.
몸 관리를 하며 꾸준히 헌혈했고,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전 세계 어린이를 돕기 위해 유니세프 후원도 했다.
그는 "기부나 다른 사람을 돕는 건 금전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가 있다. 머리카락 나눔도 그중 하나다"며 "자기가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베푸는 것에 재미를 느끼면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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