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성지된 '한강 책방'…휴점 소식에도 시민들 발걸음
- 24-10-12
"여기 한강 서점이래"…좁은 서울 서촌 골목에 인산인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당분간 휴점…팬들 "아쉽지만 이해"
"당분간 책방을 쉬어갑니다."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서울 서촌 좁은 길목에 조용히 자리한 작은 책방.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대표로 있는 독립서점 '책방오늘'의 주말 풍경이다. 시민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활짝 웃는 표정으로 연신 인증샷을 찍었다.
"대구에서 올라와 들렀는데 (문을 열지 않아) 아쉽네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독립서점 '책방오늘' 앞 작은 골목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로 붐볐다.
대학생 이지형 씨(20·여)는 책방이 문을 열지 않는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등학교 시절 선배의 추천으로 '소년이 온다'를 처음 읽었다는 이 씨는 "한 문장 한 문장 기억에 남고 충격적이었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기뻐했다.
이날 평소 책방이 문을 여는 시간인 오후 1시 직전엔 20여 명이 줄을 서고 서점 문이 열리길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분간 책방을 쉰다'는 공지가 책방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하나둘 발걸음을 돌렸다. 대신 좁은 길목 사이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조심스럽게 책방의 모습을 담는 셔터음이 골목을 가득 메웠다.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최근에 읽었다는 김수연 씨(29·여)는 "아쉽긴 하지만 책방이 좁기도 하고 안전을 생각하면 이해한다"고 전했다. 김 씨는 함께 온 친구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스스로를 독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책방 문고리에 축하 글과 함께 꽃을 두고 가기도 했다. 이 시민은 "노벨문학상 축하드려요. 영광입니다. 항상 마음 건강하십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책방에는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어보려는 시민부터 외국인 팬, 국어 교사까지 다양한 이들이 찾아왔다. 이날은 노벨문학상 수상작 발표가 난 뒤 첫 주말이라 책방을 둘러보려는 이들이 더욱 몰렸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읽었다는 일본인 미키(54·여)는 "서울로 관광을 왔는데 마침 가까이에 책방이 있는 걸 보고 방문했다"고 들뜬 표정을 지었다.
미키는 "한국 문학 중에서도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며 "마침 한강 작가와 같은 나이라 (이번 수상이) 더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강서구에서 왔다는 장 모 씨(25·여)는 "독서에는 관심이 있었는데 한강의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다"며 "작품 중에 '소년이 온다'를 가장 먼저 읽어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등단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시인 이지언 씨(50대·여)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한강이) 이런 큰 상을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며 "뉴스에 (책방이) 나온 걸 보고 찾아왔다"고 이야기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는 이연화 씨(43·여)는 "노벨문학상을 원서로 읽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며 "수상 소식을 듣고 아이들에게 '너희도 알지'라고 물어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소설가 한강의 집으로 알려진 서울 서촌 한 한옥 대문 앞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꽃바구니와 화분이 조용히 줄지어 늘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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