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징역 15년 내린 판사 "입법 한계" 탄식한 이유
- 24-06-17
'경제적 살인' 사기죄 양형 기준은 13년째 제자리…"엄벌 필요"
"국회서 사기 최고형 높여야" 목소리 높지만 21대 국회서 폐기
"현행법상 사기죄 경합범 가중 처단형의 최고형은 징역 15년이기에 입법상 한계에 따라 그와 같이 선고할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가 지난 12일 '세 모녀 전세 사기'의 주범 김 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남긴 말입니다.
이 말은 곧 '더 높은 형을 내려야 하지만 법이 정한 최고 형량이 낮아 징역 15년밖에 선고할 수 없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재판부가 이처럼 '입법상 한계'까지 거론하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범행 수법과 피해 규모를 보면 재판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김 씨는 전세금이 실질 매매대금을 넘어서는 '깡통전세'로 임차인 270여 명에게 610억여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 씨가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송 모 씨 등과 함께 범행 대상 주택을 물색한 뒤 두 딸의 명의로 계약을 맺는 식입니다.
이미 85명에게 183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0년 형을 받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총 355명, 피해액은 800억 원에 육박합니다.
이들 세 모녀는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를 변제하려고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습니다. 주로 20~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였던 피해자들은 떼인 전세보증금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전세 사기에 적용되는 형법 제347조 1항(사기)은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어서 경합범이 될 때는 최고형의 2분의 1인 5년을 더해 징역 15년까지 가능하죠.
상급심에서 사건이 합쳐지더라도 김 씨의 형량은 최대 징역 15년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물론 과거에도 전세사기 등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다양한 유형의 사기범들은 늘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세 모녀 전세 사기', '빌라왕' 등 피해자가 수백 명에 이르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는 최근 현실에선 사기 범죄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범죄 수준은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사기죄 양형 기준은 13년째 제자리입니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는 '경제적 살인'으로 불리는 만큼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법조계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4월 다수 서민을 노린 민생 사기 범죄에 대해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손보기로 했습니다. 사기 범죄 양형기준이 만들어진 2011년 이후 처음입니다.
양형위는 현행 양형기준 유형 분류는 유지하되 다중 피해 사기의 처벌 강화를 위해 '조직적 사기'의 권고형량 범위 수정 등을 심의하기로 했습니다. 양형 기준 수정안은 연내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아예 국회 차원에서 사기죄 최고형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2월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피해자 563명에게 전세 보증금 453억 원을 가로챈 '건축왕' 남 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 "악질적 사기 범죄에 대해 입법부에서도 법률을 제정해줄 것을 제안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전세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으로 발의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물론 더욱 엄한 처벌을 한다고 사기 범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서민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사기범들에 대한 처벌이 강해지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는 '사기 치고 걸려도 몇 년만 빵에 살다 나오면 된다'는 인식이 더욱 팽배해질 것입니다.
서민 수백 명을 울린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이 '입법 한계'에 가로막히는 일이 해소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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