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저건 맞고 사망?…안전성 논란에도 현장선 필수인 이유
- 24-04-25
테이저건 맞고 조사받다 사망…국과수 부검 예정
"권총 위해 더 커"…흉기난동에 물리력 강화 추세
광주에서 흉기를 휘두르던 50대 남성이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맞은 뒤 사망하면서 테이저건의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인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3일 광주 양산동 아파트에서 30대 아들을 흉기로 찌른 A 씨를 제압하기 위해 현장에 도착한 지구대 경찰관이 A 씨의 등에 테이저건을 쏘아 체포했다.
A 씨는 경찰서로 압송돼 조사받다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병원에 옮겨졌으나 30여 분만에 숨졌다.
경찰은 테이저건 발사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등 사인 규명에 나선 상태다.
이와 관련, '테이저건을 맞고 사망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테이저건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 테이저건·사망 인과관계 입증 안됐지만…노약자 등에게는 사용 못해
경찰이 테이저건을 사용한 것은 2005년부터지만 지금까지 테이저건으로 인한 사망을 공식 인정한 사례는 없다. 테이저건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2017년 6월 경남 함양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40대 남성이 낫을 휘두르다가 테이저건에 맞고 1시간 30분 뒤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도 테이저건 안전성 논란이 일었지만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저건은 미국 테이저건 제조사 1위인 액손의 제품이다. 액손은 테이저건이 치명적 부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돼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총이나 경찰봉 보다 더 위해가 적다고 주장한다.
2012년 아주대 응급의학과 연구팀이 돼지를 이용해 테이저건을 시험한 결과 일시적으로 혈관이 팽창하면서 저혈압을 유발하는 등 심혈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노출될수록 정상상태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용 가이드라인상 테이저건은 노약자나 어린이, 임산부 등에게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대다수 건강한 성인에게는 큰 영향이 없더라도 일부 심혈관계가 약한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는 평가다.
◇ 고위험 권총 사용 부담…중위험 테이저건 사용 많아
실제 현장에서는 물리력 사용이 불가피할 때 권총보다 부담이 덜한 테이저건을 쓴다.
경찰청 예규인 '경찰관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권총은 고위험 물리력, 테이저건과 삼단봉은 중위험 물리력으로 분류된다.
한 일선 경찰관은 "권총을 발사하면 큰 위해가 가기 때문에 총을 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웬만하면 물리력이 낮은 테이저건을 사용하려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테이저건 사용이 불가피한데 테이저건과 사망을 연결하는 보도가 불안감을 부추길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경찰이 무기를 사용했다가 민간인이 다치거나 숨지기라도 하면 피소, 감찰 등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며 "경찰은 가급적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연이은 흉기 난동 범죄에 경찰 물리력 강화 추세
지난해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뒤 여론이 경찰에게 강한 물리력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지난해 8월 "흉기 난동 범죄엔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2021년 11월 인천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층 여성을 흉기로 찌른 현행범에게 경찰이 테이저건을 들고도 제 때 대응하지 못해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이 교수는 "공권력 남용도 문제지만 필요한 경우 권총을 포함해 주어진 경찰권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11월에는 경찰이 직무 집행 중 불가피하게 물리력을 사용했을 때 형사 책임을 줄이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물리력 사용이 불가피하고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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