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인권 수호를 위한 결의대회…"학부모 갑질 폭로"

교권침해 현실 고발하며 관련법 개정 등 대책마련 촉구

20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정부종합청사 보건복지부 앞에 검은 옷과 비옷 차림의 전국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3000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지난 10일 세종시에서 발생한 한 학부모의 '똥 기저귀' 교사폭행 사건에 분노해 어린이집 교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집결한 것이다.

이날 세종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돼 강한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 이들의 세종행을 막지 못했다.

주최 측은 이날 '보육교직원 교권 인권 수호를 위한 결의대회'에 전국 어린이집 원장, 교사 등 3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차례로 연단에 올라 이번 사건에 분노하며 자신들이 현장에서 겪은 교권침해 실태를 고발하고 진상 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교사인권 존중' '교권보호 마련' '악성민원 중단' 등을 외쳤다. 

단상에 오른 교사들은 자신이 겪은 교권침해 사례를 폭로했다. 박모 보육교사는 "온갖 개인적인 요구와 지시로 일과 운영이 어려운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학부모의 갑질 대부분은 아이들 말만 듣고 아동학대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세종시어린이집연합회 주최로 열린 교권보호 결의대회에 참석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세종시에서 일어난 일명 ‘기저귀 똥 싸대기’ 관련 사건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3.9.20/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이어 "인사 받지 않는 학부모, 반말하는 학부모, 하원 시 관찰경으로 몰래 지켜보는 학부모, 말없이 교실에 아무 때나 들어와 지켜보는 학부모, 문제가 생기면 어린이집 가만 안 두겠다고 협박하는 학부모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번 집회를 이끈 육태유 세종시어린이집연합회장은 "학부모 똥기저귀 사건으로 교사 얼굴은 물론 옷에도 대변이 범벅됐고, 믿기지 않겠지만 바로 여기 세종시의 어린이집 교사에게 실제 벌어진 일"이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전국 17개 시도 어린이집 연합회원들은 정부에 △교사의 교권 보호 방안이 담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 △악성 민원 대응 가능 방안 마련 △교권 침해 현장 전수 조사 △보육교사 의견을 반영한 보육정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10일 세종시 한 병원 화장실에서 학부모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얼굴에 인분이 묻은 기저귀를 비비고 벽에 밀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교사는 지난 10일 이 학부모를 폭행‧상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학부모도 지난 9일 자신의 아들이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112에 신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