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이런 영화들이 나온다. 섹시한 이미지의 인지도 있는 여배우를 앞세워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부실한 내용은 무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청불신'으로 커버해보려는 영화들. '섹시 코미디'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유치한 유머와 젠더 감수성 떨어지는 낯부끄러운 성 묘사가 '대략 난감'이다.
지난 26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연애완전정복'(감독 김재현)은 짝사랑하는 희연(신새롬 분)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뜸만 들이던 대학생 영석(오희중 분)이 드디어 고백을 하기로 결심한 날, 희연이 다른 남자와 화장실에서 키스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크게 실망한 영석은 마음을 접고, 룸메이트 병순의 추천으로 연애 코치 사이트 '어드벤처 M'을 접하게 된다. '어드벤처 M'은 그에게 또 다른 연애 코치 신청자 묘령(강예빈 분)과 여행을 떠난다. 며칠을 함께 하게 된 두 남녀는 색다른 여행을 고민을 하던 중 모텔 투어를 하기로 한다. 사연이 있어보이는 묘령은 섹시한 몸매와 털털한 성격을 갖춘 미녀다. 영석은 그런 묘령에게 성적 호기심을 느끼지만, 묘령은 그런 영석의 접근을 모두 차단한다.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두 사람은 점점 친밀해지고, 영석과 묘령은 서로를 통해 연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연애완전정복'은 두 남녀의 성장담을 그리고 있지만, 타깃이나 작품적 목표가 분명해 보이는 '성인물'이다. 얼핏 연애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영석과 묘령이 얻은 내적 변화와 성장이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없다. 카메라는 가슴이나 엉덩이 등 여성 캐릭터의 몸매를 대놓고 훑어내는데, 거기에는 역시 관음적인 의미 외 읽을 수 있는 게 없다. 여자 배우의 섹시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성적으로 대상화한 시대착오적인 연출이 찝찝한 기분을 준다.
전체 맥락에서 벗어난 '베드신'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브 라인으로 영석의 친구 병순이 우연히 만난 여자와 여러 번의 관계를 맺는 '베드신'이 계속해 등장하는데, 여기서도 가슴과 엉덩이 등을 드러내는 여배우의 노출만이 부각된다. 아마도 어떤 기대를 갖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장면일 것이다.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라 영화의 흐름을 깬다.
과거에는 상업 영화 및 케이블 프로그램의 과감한 성 묘사가 도발적이고 흥미로운 요소로 여겨지는 때가 있었다. 영화 '색즉시공'부터 시작해 TV 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콩트 속에서 시도되던 '19금' 유머신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젠더 감수성이 더욱 발달한 요즘에는 이는 조금 더 예민하고 다루기 어려운 요소가 됐다. 단순히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느냐'를 넘어 '불편해 하는 사람이 없는가'를 논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체 스토리나 주제의식과 따로 노는 '19금 신'이 있다면 특정 장르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영화로서는 낮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성애에 대한 과감한 묘사는 예술 영화에서도 시도되는 영화적 주요 장치 중 하나다. 오락 영화의 성애 묘사에 대단한 예술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시대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필요했다. 빈약한 스토리에 불편한 장면들까지. 오락용 '성인물'이라고 하나 '연애완전정복'을 불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러닝타임 92분. 오는 6월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