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청춘은 병이기도 하다. 원래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처음 시작하는 일이고 가장 쉬운 일은 반복적으로 계속해온 일이다.
기척도 없이 찾아 온 청춘은 수많은 고민거리를 던지고 생애 처음 겪는 일인 탓에 몹시 아프기 마련이다.
고통도 익숙해지면 조금은 둔해지는 법. 하지만 청춘은 모든 게 처음이라서 신기하기도 하지만 더 아프기 마련이다. 왜 이런 책 제목도 있지 않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다'
<스물>에서 스무 살의 동갑내기 세 친구 치호(김우빈), 동우(준호), 경재(강하늘)도 청춘이 겪는 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단지 고민거리의 종류만 각자 다를 뿐이었다.
먼저 치호는 훤칠한 키와 잘생긴 마스크로 여자들에게 인기는 끝내주는데 진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생각이 없다는 것뿐이지 그건 치호 자신에게는 적잖은 고민거리였다.
동우는 하고자 하는 일은 분명하다. 바로 만화가가 되는 것. 하지만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면서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렵다. 게다가 재수생인 동우는 홀어머니는 물론 동생들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경재는 세 친구 중 가장 모범생으로 유일하게 대학에 들어갔다. 경재는 집안형편도 좋다. 하지만 그는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숙맥이다.
<스물>은 세 친구에 대한 설정 자체가 현실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그것은 마치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스무 살 청년들의 유형을 세 가지로 축약해 표현해놓은 듯하다.
치호가 방향감각을 잃은 채 흥청망청하는 일부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면 동우는 경제적인 현실에 쫓기는 88만원 세대를 상징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경재는 가장 무난해 보이는데도 두 친구보다 더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현실에서는 경재같은 유형이 가장 많지 않을까.
그랬거나 말거나 <스물>은 세 친구를 통해 그 나이에 겪을 수 있는 고민과 애환을 몹시도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물론 그럴 수 있는 건 그들의 나이가 스물, 즉 청춘이기 때문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 <스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슬픈 분위기를 잡지만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그냥 웃고 만다.
맞다. 스무 살에 눈물이 나올 때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진짜 많이 사랑했던 여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뿐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짜더러 울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남는 게 시간인데 뭐든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결국 이병헌 감독은 <스물>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고통왕국에 사는 청춘들도 결코 기죽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 같다.
동우의 대사처럼 국가가 해주는 건 없고, 물가는 비싸고, 일자리는 부족하고, 복지도 별로인 나라지만 스물이니까, 아직 청춘이니까 유쾌하게 웃으며 나아가라고 다독거린다.
물론 청춘은 아프다. 하지만 가볍기 때문에 청춘이기도 하다.
김난도 교수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세상 모든 청춘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3월25일 개봉. 러닝타임 115분.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