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은 '사도'에 특별출연했다. ⓒ News1스타 / '사도' 스틸
'사도'는 당초 송강호와 유아인의 영화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베일을 벗은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에 세손의 시선까지 더해져 3대의 이야기를 2시간에 함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요한 역할인 세손, 즉 정조를 연기한 소지섭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려진대로 소지섭은 '사도'에 특별출연했다. 그러나 영화가 후반부 세손에게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소지섭의 등장도 길어졌다.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고, 큰 사건을 연기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어머니 앞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신에 꽤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다.
11일 오후 뉴스1스타와 만난 이준익 감독은 '사도'의 소지섭 등장이 예상보다 길다는 것에 대해 수긍했다. 물론, 전적으로 감독의 의도 하에 만들어진 장면이다. 아역배우 이효제가 연기한 세손이 장성한 모습이 소지섭인데, 잠시 얼굴만 비추고 들어가는 특별출연은 아니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드라마의 맥락을 따라온 사람은 그 장면에서 희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소지섭의 부채춤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혜경궁홍씨와 여인네들의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며, 정조 자신이 과거와 화해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뒤주 안에서 부채로 오줌을 받아먹으며 죽어가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고통을 헤아리는 아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아버지에 대한 애통함을 느리고 절도 있는 몸짓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준익 감독은 "그 길이만큼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 신이 없다면, 이 영화에 의미가 없다"며 "감독은 영화로서 완결성에 책임을 져야한다. 그냥 재미만을 추구하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 사도세자로 장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사도'를 찍지 말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독의 책임감과 캐릭터에 몰입한 소지섭 덕분에 '사도'는 긴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린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도 지독하게 가슴을 울리지만, 극장을 나서며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건 마무리가 훌륭했던 덕이 크다.
소지섭은 '사도'에 노개런티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송강호라는 대배우가 끌고 가는 영화에서 자기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돈을 받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나서야 출연을 결정했다.
이준익 감독은 소지섭의 존재감과 우수에 젖은 눈빛 때문에 그를 대미를 장식할 배우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사도'는 오는 16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