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AFP=News1>
오바마, 정치적 타격…레임덕 시작 아니냐는 견해도
미국 하원이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어젠다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연계 법안을 부결 처리했다고 AF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됐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 하원은 이날 의회 승인 없이도 무역협상에 나설 수 있게 하는 무역촉진협상권(TPA) 법안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찬성 126표 대 반대 302표로 부결시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찬성은 40표에 불과하고 반대는 그 3배가 넘는 144표가 나왔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이는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법안통과를 호소한 오바마 대통령에겐 심각한 정치적 타격으로 풀이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잔여 임기가 1년도 넘게 남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레임덕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견해도 나온다.
이른바 '패스트트랙(fast-track)'인 TPA는 미 행정부가 타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의회가 내용을 수정하지 못하며 찬반 여부만 표결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원은 바로 뒤이은 표결에서 TPA 부여법안은 찬성 219표와 반대 211표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는 단지 쇼에 지나지 않았다.
앞서 TPP 무역협정으로 인해 실직한 미국인 노동자들의 이직을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인 TAA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TPA 부여법안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TAA와 TPA는 이미 모두 상원을 통과했음에도 TAA가 부결 처리됨에 따라 TPA까지 하원에서 발이 묶여 행정부로 반송될 수도 없게 됐다.
이는 TPA 부여법안과 TAA 안건을 1개 법안으로 묶어 일괄 처리한 상원과 달리, 하원은 하나의 법안에서 2개의 사안을 분리해 처리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TPA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본, 호주, 캐나다, 칠레, 베트남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TPP에 대한 마지막 협상권을 부여하려는 목적을 지녔다.
TPP 규모는 글로벌 경제의 약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 협정을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일부로 간주하고 성사에 각별하게 공을 들여왔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반자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표결 직전 민주당 의원들에게 "우리는 패스트트랙을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마침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이 무엇이건 간에 우리는 미국의 근로자들을 위한 더 좋은 협상을 원한다"고 반대표를 던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TPP가 성사될 경우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가 급감해 미국인 근로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노동단체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노동단체가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이란 점 때문에 이 같은 반대를 모른 체 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부결된 TAA 안건이 오는 16일 재처리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민주당 내 반대표를 찬성표로 돌려세울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