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4.26만화영화촬영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지난달 27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김 제1비서의 동생 김여정의 직책을 "당 부부장"으로 처음으로 확인했다. 2014.11.27/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김정은 체제 3년-3] 백두혈통 3세대 전면 등장…김여정 등 여풍 거세
백두혈통'은 직책 무관 김씨 일가 수호 핵심 역할
김정은 후견인 역할 했던 김경희 퇴장...김여정 김경희보다 광폭으로 활동
'곁가지'는 권력에서 철저히 배제...김정은도 생전 김일성과 함께 한 사진 영상 없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집권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백두혈통' 중 누가 김정은과 함께 권력 전면에 등장할 지 여부였다.
김일성 주석의 핏줄을 이어 받은 백두혈통으로서 권력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직책이나 성별과 무관하게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그대로 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북한 정치사를 살펴보면 단순히 백두혈통에 속한다고만 해서 반드시 권력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백두혈통은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넘어오는 시기에 후계문제 해결을 위해 생겨난 개념이지만 실제 최고지도자 외에 두드러지게 권력 전면에서 활동한 백두혈통이 나타난 것은 김정일 시대에서였다.
김일성은 주로 빨치산 동지들과 함께 권력을 구축한데다 일찌감치 김정일을 후계자로 낙점했기 때문에 또 다른 백두혈통이 권력층에서 활동할 틈이 없었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에는 빨치산 1세대의 노화 등으로 과도기를 겪으면서 백두혈통의 통치체계 개입의 여지가 생겨났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정일의 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다.
김경희는 1975년 당 국제부 1과 과장으로 정치행보를 시작, 1976년 당 국제부 부부장에 오르며 권력 전면에 등장했다. 이후 지난해 남편인 장성택이 처형 당할 때까지 줄곧 권력의 중심에서 역할을 했다.
김경희는 남편의 처형 이후 1년여 간 공개활동을 하지 않으며 온갖 설에 둘러싸여 있지만 김정은의 집권 당시에는 누구보다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김씨 일가 권력 유지에 커다란 공을 세운 인물이다.
백두혈통 3세대인 김정은의 시대가 열리자 3세대 인사들의 권력 등장은 필연이었다.
김정은 집권 후 처음으로 권력 전면에 등장한 백두혈통이 역시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라는 점은 여러 대목에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김여정은 지난달 말 김정은의 공개활동 수행에서 처음으로 '당 부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미 2011년 김정일의 장례식 당시부터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여정은 그동안은 당 행사과장, 서기실장 등의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로 치면 차관급에 해당하는 위상으로 해석되고 있어 87년생, 혹은 89년생으로 알려진 김여정의 위상이 이미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경로의 대북 소식통들은 김여정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2번 동지", "여정 동지 통하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고도 전한다.
특히 발목 부상으로 지난 9월부터 40여 일간 잠행했던 김정은의 치료 및 복귀의 일정을 김여정이 계획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정보 당국은 김여정이 당 조직지도부와 함께 핵심부서로 꼽히는 선전선동부에 소속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김여정이 과거 당 국제부에서 출발했던 김경희보다 훨씬 더 권력 핵심에 근접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도 심심찮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김정철은 고위층 자녀들로만 구성된 '봉화조'를 구성해 김씨 일가 권력 유지를 위한 '물 밑'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설이 제기되며 주목을 받았다.
봉화조의 정체는 명확하게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장성택의 처형 과정에서 김정철이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등 김정철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전언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백두혈통은 아니지만 김씨 일가의 일원이 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의 존재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리설주는 과거 최고지도자의 부인들이 그랬듯 당이나 권력 기관에서 직책을 맡고 있진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최고지도자를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존재로 그 영향력은 작지 않다.
특히 리설주는 과거 최고지도자의 부인과는 차이가 날 정도로 공개적인 활동을 김정은과 함께하고 있어 서구의 ‘퍼스트 레이디’에 더 걸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김정은은 리설주와의 사이에 아직까진 두 명의 딸만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김정은-리설주 부부 사이에 차기 후계자로 꼽힐 수 있는 아들이 태어날 경우 리설주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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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지난 5월 20일 YTN이 보도했다.(사진:YTN 화면 캡쳐)© News1 2014.05.20/뉴스1 © News1 |
그러나 모든 왕조형태의 권력이 그렇듯 백두혈통의 일부는 권력 승계의 과정을 거치며 때론 다신 북한에 발도 못 붙이는 '곁가지'만도 못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은 당초 권력승계 1순위였으나 몇 차례의 기행으로 김정일의 눈 밖에 난 뒤에는 동남아와 유럽 등 해외를 오가는 떠돌이 신세가 됐다. 이복동생인 김정은이 집권한 지난 3년 동안에도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 김정일과 권력 승계를 다퉜던 이복동생 김평일도 30년 가까이 해외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며 부평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또 장성택의 경우처럼 백두혈통과의 인연이 있더라도 김씨 일가의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숙청될 수도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일각에서 과거 김일성의 모습을 그대로 본 딴 통치행태를 보이는 김정은의 존재를 정작 김일성은 몰랐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점이다.
국책연구소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현성일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은은 만 10세가량이었으므로 함께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다면 이를 우상화에 대대적으로 활용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정은이 김일성 주석의 외모나 통치방식을 따라하면서도 실제 함께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항일 역사를 중요하게 부각하는 북한에서 일본 태생인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의 존재를 김일성 생존 당시에는 '곁가지' 취급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