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스캔들에 휩싸인 사회 지도층./©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전·현직 사회지도층 잇단 성추행…자신 통제하는 계속된 노력 필요
높은 사회적 성취로 윤리적 기준 적용되지 않을 것이란 착각 일으켜
최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잇단 성(性) 스캔들로 국민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현직 교수, 전 국회의장과 검찰총장, 전직 국립중앙의료원장 등이 성추행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는 낯 뜨거운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치·의학 전문가들은 사회지도층의 이 같은 도덕적 타락을 '밧세바 신드롬(사회지도층의 도덕성 결핍증)'으로 빗대 지적하고 성공에 따른 과도한 자신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밧세바 신드롬'은 이스라엘 두 번째 왕인 다윗이 용맹스러운 장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취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간통을 은폐하기 위해 부하를 전쟁터로 보내 죽게 만든 성경 내용에서 나온 말이다.
권력의 정점에 오른 사회지도층의 윤리적 타락을 표현한다. 자신이 모든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이 현실감각을 흐리게 만들고 파국으로 치닫는 결과를 초래한다. 높은 성취로 인해 윤리적 기준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밧세바 신드롬'을 연상시킨다.
사회지도층의 성 스캔들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 국제통화기금(IMF)총재이자 2012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 야당 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은 3년 전 섹스 스캔들로 대선 후보에서 밀려난 후 추락을 거듭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임기 중 여러 스캔들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2011년 한국정치학회보에 실린 '노무현 정부의 386정치인들의 도덕적 실패에 대한 연구 : 밧세바 신드롬(Bathsheba Syndrome)과 관련하여'라는 논문에서는 "정치 리더십은 도덕성이란 기반 위에 존립하며 그것을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 논문은 미국 학자 아널드 루드윅 박사의 연구를 토대로 "윤리적 리더십 실패 원인은 개인적 원칙을 쉽사리 포기하려는 리더 성향에서 기인한다"며 "명백한 일탈 행위나 위법 사례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들도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고 발각되면 처벌과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것도 인지한다"며 "강한 개인적 성실성과 지성을 지닌 리더들이 겉보기에는 모든 것을 소유했던 시점에서 도덕적 실패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곤 했다"고 덧붙였다.
조직 내 성공은 정보와 사람, 사물에 대한 특권적인 접근 가능성을 부여하고 제약받지 않은 통제 권리를 준다. 또 자신의 통제력 또는 조작적 능력에 대한 신념을 부풀려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 논문 내용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보통 사람 마음이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하고 싶은 것과 이를 통제하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며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을 조절하지 않아도 경험을 믿는 경향이 있고 일순간에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나이가 들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도 엄청난 노력으로 스스로를 조절하지 않으면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며 "과거에는 영웅호색이라는 말로 비슷한 사례를 관대하게 바라봤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채정호 교수는 "한국 사회는 국영수 실력으로 공부를 잘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한 것 같다"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회지도층이 많아지면 환경적으로 이 같은 스캔들이 많아질 수 있어 어려서부터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