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동구 A아파트 난방비 수사 결과 발표
열량계 고장난 세대 난방비 제대로 부과 안해
11세대 소명 안 됐지만…"조작 증거 없다"
배우 김부선씨의 폭로로 시작된 경찰의 서울 성동구 A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 수사는 전직 아파트 관리소장 3명이 입건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경찰은 난방량이 '0'인 이유를 소명하지 못한 11개 세대에 대해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고의 조작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난방비 부과·징수에 관한 아파트 관리규약상의 임무에 위배해 난방 열량계가 고장난 일부 세대에 대해 난방비를 제대로 부과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배임)로 아파트 전직 관리소장 이모(54)씨와 김모(58), 정모(6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난방량이 현저히 적게 나온 세대를 직접 방문해 사유를 면밀히 조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터폰을 통해 세대주에게 묻는 등 형식적으로 조사하거나, 아예 조사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난방 열량계가 고장난 세대에 대해서는 같은 면적의 평균 난방비를 부과하고, 해당 세대가 수리를 거부하거나 지체하는 경우 같은 면적의 최고 난방비를 부과해야 하는데도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이 20세대 55건의 난방 열량계 고장 건에 대해 난방비를 부과하지 않거나 평균 난방비보다 적게 부과해 총 344만4945원이 다른 세대에 전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액수가 크지 않고, 특정 세대와의 유착이라기보다는 업무태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임무위배 행태가 난방비 부과·징수에 대한 해묵은 불만과 불신, 주민간 갈등에 있어 근본적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형사처벌을 통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난방량이 '0'으로 나온 횟수가 2회 이상인 69세대(총 241건)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다. 이 중 공소시효가 완성된 11세대를 제외한 58세대 중 24세대는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8세대는 고장 혹은 배터리 방전, 5세대는 난방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1세대 중 4세대는 '난방량이 0이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고, 다른 4세대는 '절약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밝혔다. 남은 3세대는 각각 '난방을 사용하지 않았다', '장기 출타로 집을 비웠다', '열량계가 고장났다'고 해명했으나 경찰은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 11세대가 38건의 난방량 '0'으로 인해 부과받지 않은 난방비 총액을 505만5377원으로 추산했다.
다만 경찰은 "구체적인 행위자를 특정할 수 없어 형사입건에는 무리가 있다"며 "내사 결과를 성동구청에 통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조작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세대원 중 누가 어떤 방법으로 조작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등 공소제기에 필요한 범죄 특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열량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고의적 조작'으로 보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검침카드나 기관실 근무일지가 꼼꼼하게 기록돼 있지 않아 실제로는 열량계 고장·수리나 배터리 방전·교체가 있었는데도 기록이 누락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구청에서) 난방비 회수나 관리소의 부실한 관리에 대한 행정처분, 아파트 관리에 대한 대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