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12일(현지시간)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에 착륙을 시도하며 촬영한 사진.(ESA 제공) © News1>
유럽의 혜성 탐사 로봇이 인류 최초로 혜성 표면에 착륙하는데 성공했다고 전세계가 떠들썩하다.
하지만 아무리 경이로운 일이라도 아는 만큼 감동이 큰 법. 역사상 기념비적인 이벤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기본적인 내용들을 정리해 봤다.
유럽우주국(ESA)은 12일(현지시간) 혜성 탐사선인 '로제타'(Rosetta)가 100kg의 탐사로봇 '필레'(Philae)를 목표 혜성인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 표면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3월 로제타가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지 10년 8개월 만의 일이다.
로제타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65억km를 비행해 지난 8월 태양을 공전하는 이 혜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날 로제타는 필레를 분리해 혜성 착륙을 시도했고 7시간 동안 약 22.5km를 낙하해 오후 3시34분께(GMT 기준 한국시간 13일 오전 0시34분)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혜성 탐사의 의미
우주 탐사 로봇의 혜성 표면 착륙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 7월 미국 항공우주국이 우주탐사선 딥임팩트호의 충돌체를 이용해 템펠 1호 혜성에 충돌 실험을 한 적은 있었으나 착륙까지는 아니었다.
혜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원시적인 구성체로 혜성의 구성 성분은 태양계 형성 당시의 성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 인해 많은 과학자들은 혜성을 조사하면 태양계가 탄생할 당시의 상황과 이후 진화의 역사, 생명의 기원 등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혜성 탐사에 욕심을 내왔다.
필레가 이번에 착륙 목표로 삼은 67P 혜성은 목성과 지구의 공전 궤도 사이에서 태양 주위를 6년 반에 한 바퀴씩 도는 단주기(200년을 기준으로 이하면 단주기) 혜성이다.
불규칙한 모양으로 흡사 고무 오리 장난감 '러버덕'을 닮았다고도 알려진 이 혜성의 이름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는 여러 주기 혜성들과 마찬가지로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1969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천문학자 클림 추류모프는 스베틀라나 게라시멘코가 찍은 혜성 '32P/코마스솔라'의 사진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이상 물체를 발견했고 이후 연구를 통해 새로운 혜성임을 증명해냈다.
앞의 67P는 혜성의 고유번호이며 P는 단주기 혜성임을 의미한다.
혜성과 지구와의 거리는 약 5억1000만㎞이며 태양과의 거리는 공전 중 가장 가까운 근일점이 1.2429 AU이고 가장 먼 원일점은 5.6839 AU이다. 1AU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인 1억5000만km를 의미한다.
혜성의 지름은 약 4km로 소형급에 해당하며 그로 인해 거의 무중력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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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에 착륙한 필레의 가상도 (ESA 제공) © News1 |
◇왜 로제타, 필레인가?
ESA의 우주 탐사선과 탐사로봇의 이름이 '로제타'와 '필레'로 지어진데에는 야심찬 이유가 있다.
로제타는 고대 이집트 문명을 이해하는데 중요 자료가 됐던 '로제타석'을 따서 지은 것이다.
1799년 프랑스 군인들은 이집트 나일강 지역의 라시드(로제타의 아랍어 이름) 마을에서 벽을 철거하던 중 특이한 석판 즉 '로제타석'을 발견했다.
762kg의 돌에는 고대 이집트 상형 문자와 그리스어로 같은 내용의 비문이 적혀있었는데 역사가들은 비교적 이해가 쉬웠던 그리스어를 통해 상형 문자를 해독해냈고 또 그로 인해 역사의 숨겨진 비밀들을 밝혀냈다. 로제타석은 현재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필레는 이집트 나일강 지역에 있는 섬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곳에서도 2가지 언어가 적힌 오벨리스크가 발견됐는데 이는 로제타석을 해독하는데 또한 도움을 줬다.
로제타석과 필레가 이집트 문명을 해독하는 열쇠가 됐던 것처럼 ESA는 로제타 탐사선과 필레 탐사로봇이 혜성 연구를 통해 오랜 기간 감춰진 태양계의 비밀을 풀어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필레의 앞으로의 임무는?
필레의 착륙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100kg 무게로 드럼 세탁기 크기의 필레는 로제타에서 분리돼 착륙을 시도하며 3개의 다리를 펼쳤다.
무중력에 가까운 혜성에 튕켜나가지 않고 최대한 부드럽게 착륙하기 위해서였다. 로봇의 다리는 필레가 똑바로 착륙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회전과 상하좌우 움직임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레는 낙하 후 혜성에 착륙하며 닻 역할을 하는 작살을 발사할 예정이었다. 무중력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ESA측은 "현재 작살이 제대로 발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조짐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필레가 혜성에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ESA는 하지만 착륙 자체는 성공적이라면서 이후 상황을 파악해 작살을 재발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필레는 앞으로 2~3일 정도 자체 에너지를 이용해 기본 임무를 수행하고 이후에는 몸체를 덮고 있는 태양열 집열판에 충전된 에너지를 사용해 연장 임무를 수행한다. 연장 임무는 혜성이 태양과 가까워지면 활동이 불가능한 것을 고려해 2015년 3월까지로 예상하고 있다.
필레는 그동안 혜성의 사진을 촬영하고 토양 및 가스 등을 수집하는 등 약 9가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필레는 카메라와 드릴 등 총 21kg 무게의 10가지 장비를 탑재한 상태다.
필레는 이를 통해 관측한 정보를 고성능 안테나를 통해 인공위성을 경유하여 지구로 보낼 예정이다.
필레와 함께 로제타호도 혜성 궤도를 돌면서 계속해 혜성을 관찰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