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최근 전 비서가 성추행 혐의로 자신을 경찰에 고소한 사실을 확인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박 시장의 마지막 휴대폰 신호음이 끊긴 성북동 일대를 수색하던 중 이날 0시쯤 팔각정과 삼청각 사이 인근 산악지역에서 숨진 채 쓰러져 있는 박 시장을 발견했다. 경찰이 박 시장을 찾아나선 지 7시간 만이다. 경찰은 "소방 수색견이 박 시장을 발견했고 발견 당시 사망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의 딸이 전날 오후 5시 17분쯤 ‘아버지가 4~5시간 전에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경찰 112신고센터에 신고했다. 박 시장은 부인 강난희씨와 단 둘이서 살고 있으며, 이날 경찰에 112신고를 한 딸은 따로 떨어져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드론까지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9일 밤늦게까지 행방을 찾지 못했다.
박 시장은 전날 오전 10시44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 관사에서 나와 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외출 당시 검은 모자를 쓰고 어두운 색 점퍼와 검은 바지, 회색 신발을 신고 있었다. 검은 배낭을 메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휴대폰이 꺼진 최종위치가 성북구 성북동 인근인 것으로 확인하고 기동대 포함 700명의 경찰력과 드론, 경찰견 등을 투입해 박 시장 소재 파악에 나섰다. 박 시장의 행적이 끊긴 곳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 핀란드대사관저 인근으로 확인됐으며 폐쇄회로(CC)TV에서도 박 시장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전날 시청에 출근하지 않고 일정을 취소했다. 이날 아침 박 시장은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안 나가겠다”며 “일정도 취소한다”고 시청에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전날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그린벨트 해제 불가 방침을 밝히는 등 의욕적인 시정 활동을 벌여왔다. 박 시장은 평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서울시 정책이나 서울시 관련 현안 외에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자주 남겼으나, 8일 오전 올린 ‘서울판 그린 뉴딜’ 발표 이후로는 아무런 글을 남기지 않았다.
박 시장은 최근 전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피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방송에서는 경찰 소식통 등을 인용해 박 시장이 성추행 고소 등 ‘미투 사건’에 연루돼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고소 여부 등 관련 사실에 대해 확인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
1980년 사법시험 22회에 합격해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한 박 시장은 1983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등을 거쳤다.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 서울시장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당선돼 3번째 서울시장 임기를 수행해 왔다. 2022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의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