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재수사 1년' 마무리
과거 수사 경찰·검찰 10명 입건…위법 수사 사과
30여년 전 악몽과도 같았던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붙잡았지만 끝내 그 죗값을 치르게 하지는 못했다.
이춘재는 재수사에 나선 경찰에 기존 연쇄살인사건 외에도 자신이 저지른 여러 다른 범행도 거침 없이 자백했고, 수사당국이 이를 입증했지만 모두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이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본부장 반기수 2부장)은 2일 이 사건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본부는 이날 이춘재가 14건의 살인과 9건의 강간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강간 범행과 관련해 모두 34건(강간 19건·강간 미수 15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지만 경찰은 입증자료가 충분한 9건만 그의 범행으로 인정했다.
동기는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 상태에서 이뤄진 범행'으로 분석했다.
사건 브리핑에 나선 배용주 청장은 "이춘재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다 군대 입대 후 성취감과 주체적 역할을 경험하게 됐다"며 "1986년 1월23일 군 전역 후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 상태에서 상실된 주도권을 표출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어 "성범죄와 살인을 지속했음에도 죄책감 등의 감정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되자 자신의 감정상태에 따라 점차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게 됐고 범행수법도 잔혹해지는 등 가학적인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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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7.2/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
30년전 미제사건 범인이 이춘재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결정적 단서는 DNA였다.
경찰은 지난해 7월15일 사건 당시 확보해놨던 증거물에 대한 DNA 재감정을 진행했고, 그곳에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춘재 DNA는 2010년 DNA법 시행으로 이듬해 10월31일 '수형인 DNA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상태였다.
처제살인 사건으로 부산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이춘재는 경찰 재수사에서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8차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씨 사건(1988)은 물론, 실종사건으로 종결된 화성 초등생 살인 사건(1989)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했다.
수사본부는 과거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과 검찰 10명을 입건(직권남용·감금·사체은닉·증거인멸 등 혐의)하기도 했다. 진범논란을 빚고 있는 8차 사건과 화성 초등생 살해사건에 관여했던 수사관들이다. 이들은 과거의 잘못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에 현재까지도 '사과' 등에 나서지 않고 있다.
재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은 이춘재와 과거 수사 경찰관 등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점에서 극악무도한 살인마 이춘재는 물론 위법한 수사를 하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경찰관 등에 대한 처벌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배 청장은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되신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사건 피해자 및 가족에 애도와 위로를 표했다.
그는 "과거 이춘재를 수사대상자로 선정해 수사했음에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조기에 검거하지 못하고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된 것은 경찰의 큰 잘못으로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용서를 구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