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돼지 수요 늘면서 물가↑…배춧값 폭등도 일부 수요 영향
통계청 "집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식품 위주로 물가 올랐다"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됐지만, 돼지고기와 배추 등 일부 농식품목은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을 꺼리는 대신 집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품목 위주로 식료품 물가가 올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0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하락했다.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번째 하락인 만큼 이례적인 추세다.
통상 소비가 감소하면 물가는 내리고, 반대로 소비가 증가하면 물가는 오른다. 이 때문에 물가의 등락은 국민들의 소비의욕, 나아가 경제 활성화 정도를 가늠하는 통계로 쓰인다. 지난달 물가 하락세 역시 코로나19의 여파가 소비를 얼마나 크게 위축시켰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일부 농축수산물 품목을 위주로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전년동월대비 물가가 급상승한 농축산물은 △돼지고기(12.2% 상승) △ 배추(102.1%) △양파(17.3%) 등이다. 반면 마늘은 23.2% 급락했다.
집에서 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품목 위주로 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이 통계청의 해석이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외식 소비는 줄어든 반면 집밥을 많이 해먹게 되면서 농식품 주요 소비품목도 변화했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정식 수요가 증가하고 외식을 덜하다보니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올라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채소 중에서도 배추, 고구마, 양파, 양배추 등 집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것들은 마늘·오이·생강 등 양념류에 비해 물가가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가공식품 중에서도 햄, 베이컨, 소시지, 김치, 참기름 등은 다른 가공식품들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 달리 상승세를 보였다"며 "대부분 가정식품으로 쉽게 쓸 수 있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돼지고기 물가 상승에는 수요 측면 요인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물가는 생산량이 적어지거나 소비량이 늘어날 때 오른다. 그런데 지난달 돼지고기의 경우 도축량은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소비만 크게 늘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반면 100%가 넘게 폭등한 배추가격의 경우 공급측 요인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봄철이 선선해서 노지배추가 많이 나오지 못했다"며 "출하가 늦고 생산량이 적은 것도 배추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배추 등 채소의 경우 날씨에 따른 공급 영향과 집밥소비 증가와 같은 소비측 영향이 모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