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외교문서]美의원, 시위와 北테러 언급하며 LA개최 주장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학생 시위를 이유로 개최지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 의회에서 제기됐고, 당시 우리 정부가 이 같은 주장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31일 공개한 1989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래리 프레슬러 당시 상원의원(공화·사우스다코타)은 1988년 6월 13일 본회의에서 한국 내 학생 시위와 북한의 테러 가능성을 언급하며 서울올림픽의 안전 개최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가능하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88올림픽 개최 장소를 LA나 그리스 아테네 등 다른 곳으로 옮기는 문제를 고려할 것을 주장했다.이에 대해 윌리엄 프록스마이어 당시 상원의원(민주·위스콘신)은 즉석 발언을 통해 테러리즘에 굴복해선 안되며 따라서 테러리즘을 두려워한 나머지 올림픽 장소를 변경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이어 우방인 한국 정부는 서울올림픽의 안전한 개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말했다.프레슬러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당시 주미대사관의 김용규 참사관은 프레슬러 의원측에 전화를 걸어 프레슬러 의원이 미 언론에서 과장 보도되고 있는 학생 시위를 잘못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이를 올림픽 문제와 연결해 개최장소를 변경해야 한다고 언급함으로써 한국민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온국민이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김용규 참사관은 또 더글라스 밀러 외교담당 보좌관을 별도 접촉해 한반도 정세 등을 설명하는 한편 프록스마이어 의원 외교담당 보좌관에게 즉각적인 반박 발언에 대해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이후 외교부는 주미대사관에 보낸 전문에서 프레슬러 의원에 대해 "아국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 태도를 견지해왔는데, 올림픽 개최지 변경을 주장한 것은 아국 내 학생시위와 북한의 테러가능성에 대한 미 언론의 과장보도에 큰 원인이 있다"고 평가했다.이어 "(그 같은 주장이) 여타 동료 의원들에게 파급되지 않도록 가급적 프레슬러 의원과 직접 접촉해 아국 민주화 진전현황, 올림픽 관련 테러 대책, 올림픽 개최지 변경 시키려는 북한의 술책 등을 상세히 설명할 것"을 지시했다.앞서 한해 전인 1987년 민주화 시위가 거세지자 당시 미국의 대통령 후보였던 제시 잭슨 목사와 토머스 브래들리 미 LA 시장 등이 서울올림픽 보이콧이나 LA개최 등을 주장한 바 있어 당시 정부는 서울올림픽 회의론 진화에 힘을 쏟았던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