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美중산층, 트럼프가 판을 흔들 것으로 기대"
"트럼프 지지현상은 미국의 중산층 붕괴에 따른 결과다. 판이라도 흔들어보자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나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온갖 성추행 추문과 막말에도 콘크리트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배경을 이같이 분석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현상'은 미국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신 교수는 "국내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블루칼라라고 단정짓고 있지만 사실 그는 상당수의 화이트칼라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이들을 부동층으로 확보하고 있다보니 온갖 스캔들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왜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는지 살펴보려면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전반을 살펴봐야 한다고 신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으로 3조6600억달러를 순유출했다"면서 "이는 미국기업의 경상이익보다 더 많은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단기 성과를 내려는 전문경영인들이 기관투자자들과 결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전문경영인들은 기업의 자산을 팔고 구조조정을 실시해 단기간에 이익을 올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면서 "가령 IT산업의 경우 미국인보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도나 중국 사람들로 대체되면서 미국인들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이같은 일들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또 원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공장 해외이전으로 또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잃어버린 미국 중산층은 빠르게 붕괴된 반면 기업에서 순유출한 자본은 펀드매니저와 고액연봉자들에게 흘러들어가면서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지난 2011년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트럼프는 바로 이런 중산층을 파고들었다는 게 신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트럼프가 기득권층에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말하니 과거 중산층이었던 사람들이 지지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지지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신 교수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인 로버트 루빈이 재무장관을 맡으면서 금융규제를 완화했는데 이것이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측면이 있다"면서 "힐러리는 기관투자자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조성하는데 일조해 (중산층이) 기대할 게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적어도 트럼프는 기존 판을 흔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 지지율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고 덧붙였다.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있는 미국 대선은 현재 안갯속이다. 트럼프에 비해 10%포인트 앞섰던 힐러리는 이메일 재수사를 계기로 지지율이 떨어졌고,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가 트럼프에게 역전당하는 등 이번 미국 대선은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