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억 회삿돈 횡령·배임 등 부인…사실관계만 인정
법원·검찰 등 전방위 로비의혹의 당사자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가 지난 4월 수임료 분쟁에서 번진 법조비리 사건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속죄의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 심리로 6일 열린 첫 공판에서 정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 행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응분의 처벌을 받고 속죄하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정 전 대표는 쓰고 있던 마스크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앞서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구치소에 수감중입니다"라며 잠시 옅은 미소를 띤 채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던 그는 곧바로 밝은 표정을 거뒀다.
정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경영주로서 사업에 관련된 주요 정책에 관여했을 뿐 소소한 자금집행 등 구체적 거래에 일일이 개입할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고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우선 횡령혐의와 관련해 "돈이 회사에 들어오고 직원들에게 인출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다소 미비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회사에 불이익을 가하려는 게 아니었고 불법으로 받을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배임혐의에 대해서도 "라미르호텔에 대한 일종의 자금투자인 것이고 향후 수익을 얻고자 한 것"이라며 "기존 채권의 담보를 확보하기 위해 전세권을 설정했으며 회사재산을 소멸시키고 개인이 획득하려는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위증에 대해서는 "심모씨(62)에게 무죄가 선고된 기존 선행판결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 사건에서 증언한 것은 실체 관계에 맞는 사실을 증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 측은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어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는 검찰과 정 전 대표 측은 배임의 고의와 횡령에서의 불법 영득의사, 실제 위증여부 등이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의 법인자금 18억원, 계열사 SK월드 등 법인자금 90억원 등 108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지난 6월 구속기소됐다.
정 전 대표는 또 2010년 12월 계열사 S홀딩스의 법인자금 35억원을 라미르호텔 준공비 명목으로 지원한 뒤 변제 대신 받은 35억원 상당의 호텔 내 유흥주점 전세권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도 있다.
이밖에 2012년 11월 동업자인 브로커 심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사건 1심에서 "지하철매장 입점 청탁명목이 아닌 사업자금으로 돈을 빌려줬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위증)도 받는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확정받았다. 정 전 대표는 원래 지난 6월5일 만기출소 예정이었으나 전방위 로비 의혹이 커지면서 구치소를 나오지 못하고 재수감됐다.
정 전 대표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