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이코노믹스, 162개 업체 설문 결과
전문가 "신용대출 상환 유예 정책, 손실 확대"
글로벌 기업들은 2년 내 새로운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20%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는 연구단체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전 세계 162개 기업들로부터 집계한 설문조사 결과다.
일각에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의 금융위기가 당장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적극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고, 올해 경제 침체의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19 대확산이지 은행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금융위기가 항상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결국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 붕괴와 같은 방식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금융기관의 만성적인 부채 압박이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금융기관의 '레버리지'(부채를 끌어다 자산매입에 나서는 투자전략)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최고 수준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금융기관이 널리 실시 중인 신용대출 상환 유예 정책 때문에 신용 손실의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은행들이 금융위기의 근원은 아니지만 무사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며 "지금은 금융위기 시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보다는 상환능력이 더 중시되고 있으며, 은행들도 분명히 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형은행들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지불준비금을 늘렸다. 하지만 인도와 이탈리아와 같은 국가의 은행들은 이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 게다가 초저금리가 은행의 수익성을 잠식한다는 점도 문제다.
역사적 선례가 없어 향후 금융위기를 모델링하기 어렵다. 라인하트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는 일반적으로 호황과 불황 주기 때문에 발생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는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이번 주 고객들에게 "자산 과대 평가와 부채 수준 상승으로 인해 금융위기의 위험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만약 은행이 채무불이행의 은밀한 증가에 반응하고, 미래의 부채 압박에 대한 두려움에 반응한다면 중앙은행의 유동성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 조건이 경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