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정작 먹을 것은 없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알파벳(구글) 등 미국의 4대 정보기술(IT) 공룡 기업 수장들이 총출동한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 청문회가 29일(현지시간) 열렸지만 날 선 공방 대신 엉뚱한 질문만 쏟아져 나오면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청문회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데이비드 시실린 반독점소위원장은 "쉽게 말해서 그들은 너무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들이 시장 지배적 위치를 남용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곧 정치적 편향이라는 화두에 묻혀버렸다.
그레고리 스튜브(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선전해온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구글이 삭제한 것을 두고 "의사의 의견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초당파적인 방식으로 일에 접근한다"며 "계속해서 중립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튜브 의원은 피차이 CEO에게 왜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보낸 이메일이 스팸 폴더로 가는지를 질의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짐 조던(공화·오하이오) 하원의원 또한 IT 공룡들이 보수층들을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우리의 목표는 모든 아이디어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목소리를 주고 싶다"며 자신의 플랫폼이 차별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의회 청문회에 처음으로 출석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청문회가 시작하고 한 시간이 넘게 아무런 질문도 받지 못했다. 한 시청자는 "나는 베조스가 벙어리인 줄 알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CEO들은 사전에 준비된 원고를 읽을 뿐이었다. 베조스 CEO는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시애틀의 차고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을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이라고 부르며 애국심에 호소했다.
짐 센센브레너(공화·위스콘신) 하원의원은 "크다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그 반대다. 미국에선 성공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CEO들을 두둔했다.
이날 마감한 뉴욕증시에서 아마존(1.1%), 애플(1.9%), 페이스북(1.4%), 알파벳(1.3%)의 주가는 모두 상승했다. 별다른 규제책이 나오지 않은 맹탕 청문회가 된 데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