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변하지
않아야 사랑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정상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사기를 쳐서 감옥에나 들락거리는 27살의 젊은 전과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백화점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고 대형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는 한 여인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렸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그는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연주에
감동을 받았다며 커피라고 한 잔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명함을 한참 들여다보던 피아니스트는 흔쾌히 그러자고
하였습니다.
명함에는 ‘000 회사 사장’이라고
찍혀 있었고 핸섬한 젊은 청년이 그녀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억이 넘는 고급 외제차로 그녀를 정중히 모셔 차를
마시며 수작을 걸었던 것입니다. 아무 것도 몰랐던 순진한 처녀는 그 청년과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약속을 하고 양가 부모님과 상견례까지
마쳤습니다. 남자가 데려온 부모는 너무나도 교양 있고 부잣집 어르신답게 품위가 있어 보였습니다.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꿈같은 신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채 한 달도 되기 전에 신혼의 단꿈은 송두리째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클럽에
나갔던 남편이 젊은이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죄로 입건됐는데 사기 전과가 여러 번 있었던 그는 가중처벌을 받아 15년의
형을 받고 투옥됐기 때문입니다. 외제차도, 사장도, 준수하던
부모님들도 모두 가짜였던 것입니다.
피아니스트는 엄청난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이었고 혼인은 파탄나고 말았습니다. 그 일로
아버지도 충격을 받아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온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는데 장모님이었던 그 처녀 어머니는 아무도 몰래
무려 15년 동안
그 사기꾼 사위를 옥바라지했습니다.
편지를 써서 용기를 주고 영치금을 넣어 건강을 챙겼습니다. 처음에는
비웃던 사기꾼도 장모님의 사랑이 5년이 가고 10년이 가도 변함이 없자, 큰 감동을
받으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15년 만기
출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덧 42살의
나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장모님은 70을 내다보게
되었습니다.
전과자라 취직도 할 수 없고 오갈 데도 없는 그에게 장모님은 트럭을 한 대 사서 푸드 트럭으로 장사를 하도록 주선해 주었습니다.
장모님도
함께 음식을 만들어주며 도와주었습니다. 큰 감동을 받은 그는 어떻게 든 생모보다 자신을 더 잘 돌봐주신 장모님, 자기
때문에 온 집안이 다 망해버린 그런 장모님을 위해 죽을 각오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딸과 아들이 찾아와 모든 음식과 장비를 박살내고 나쁜 사기꾼에게 무슨 짓을 하느냐며 어머니를 끌다시피 데려 가버렸습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지만 이 사기꾼은 마음을 추스르고 “나 같은 놈이 무슨 일인들 당하지 않겠는가?”하는
마음으로 다시 열심히 장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어느 날 문득 장모님이 생각이 나서 집으로 찾아가보았습니다. 하지만
집은 이미 팔려 주인이 바뀌어 있었고 장모님의 행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장모님이
어느 양로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단걸음에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누워 있는 장모님은 풍을 맞고 반신불수가 되어 일어나지도
못하는 초라한 할머니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침대 앞에 엎드려 몸속의 모든 물이 다 빠져나오도록 울었습니다.
부모도
버린 천하에 몹쓸 인간인 자신을 위해 15년을 하루같이 챙겨 주시고 개인 노후자금을 다 털어 푸드트럭을 마련해
주셨던 천사보다 더 고귀하신 분의 모습을 대하는 순간 눈물보가 터져버렸던 것입니다.
그는
야윈 장모님의 손을 붙잡고 “어머님의 남은 삶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고 약속했습니다. 낮에는 장사를 하고 밤에는 장모님을 찾아가 씻겨드리고 먹여드리고 보살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 딸도 외면해버린 그 어머니를 옛 사위가 모시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였더니 하나님께서 보내신 새로운 아들, 자신을 보살피는 효성 어린 아들의 섬김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선언해 두셨습니다.
“심은 대로 거두리라”고 말입니다. 메마른 이 땅에 이 같은 사랑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