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전문가들 "백신 개발 통상 8~10년"
"서두르면 더 위험…행정부 내에서도 회의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연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억개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신 개발 시기를 앞당기는 데만 치중해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큰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온다.
WP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내 다수의 과학자들을 인터뷰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까지 보고 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코로나19 관련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어 백신 개발에 시간표를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특히 백신의 경우 환자에게 투약하는 치료제와 달리,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되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 커질 수 있다.
더군다나 백신은 연령대별로 면역 체계에 다르게 작용해 통상 8~10년에 걸쳐 수만명을 대상으로 실험해야 하는데, 이를 수개월로 단축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의 피터 호테츠 교수는 "이번 여름부터 대규모 임상실험이 시작될 것"이라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증명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일정은 내년 하반기. 이마저도 역대 최고 기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백신 개발팀에 참여 중인 폴 오핏 펜실베이니아 아동병원 백신교육센터 소장도 "대통령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시기상조'(premature)"라며 "백신 기술 중 어떤 게 효과가 있을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적 사실을 뉴스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는 대중들에게 '커튼 튀에서 한 번 봤는데 좋은 것이 있었다. 나를 믿어야 한다'식의 태도를 보인 것은 불공평하다"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심지어 행정부 내에서조차 연내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우리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표에 회의적"이라며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길 원했던 듯 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데보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은 대통령에게 '빨리 백신을 개발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부드럽게 조언해 왔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초고속 백신 개발팀을 가동하겠다고 밝히고, "우리는 할 수 있다면 연말까지 백신을 얻기를 바란다. 아마 그 이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한 "12~18개월 내에 백신이 개발될 수 있지만 효과는 전혀 보장하지 못한다"는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