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하 목사
오리건 벧엘장로교회 담임/오리건 밴쿠버 한인교회연합회장
교회는 회사와 달라야합니다
몇 해 전 제가 섬기는 교회에 30대의 젊은 여성도님이 출산 후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출산
후 아기를 안고 기뻐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더니 뇌사상태에 빠졌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산모의
비장 쪽에 새고 있던 피가 지혈되지 않아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가정에서 두 아기를 사랑으로
양육하는 엄마이자 직장에서 성실한 직원으로, 교회에서는 신실한 유치부 교사와 플루트 연주자로 봉사한
분의 소천 소식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시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성도님은 세상의 마지막 시간에 참 많은 선무를 남기고 가셨습니다.
장기이식을 통해 꺼져가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무엇보다 믿음이 약한 남편에게
구원의 확신을 선물로 주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성도님이 세상을
떠난 그 주간은 교회가 오랫동안 수양회를 계획해온 기간이었습니다.
수양회의 주제는 ‘가족과 같은 교회’였고
공휴일이 낀 사흘간 진행될 수련회에 이미 많은 분들이 등록하셨습니다. 더구나 교회는 이미 환불할 수
없는 1만 달러 정도의 계약금을 지불한 상태였는데 수양회 일정과 성도님의 장례식이 겹치게 된 것입니다.
담임목사인 저는 서둘러 당회를 소집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간절히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기도했습니다.
이 모임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1만 달러의 계약금을 잃더라도 수양회를 취소하고 교회에서 장례예배를 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잃게 될 돈은 대형교회가 아닌 저희 교회로서는 적은 액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온 성도들이 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계약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슬픔을 당한 가정을 위로하는 일이라는데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수양회 날에 장례예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계획된 수양회는 취소됐지만 수양회의 목적은 이루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천국환송예배를 통해 수양회의 주제인 ‘가족 같은 교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일 후에 교회는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도들이 더욱 하나 되었습니다. 더욱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서로의
장점을 칭찬하고 허물을 덮어주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또한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소식이 지역사회에
전해지면서 새로 교회에 오시는 분들이 늘어나 교회가 부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감사한 것은 이 소식을
듣고 감동한 수양관측이 잃게 된 계약금을 교회가 나중에라도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으로 환급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교회가 얻은 축복은 이루 표현할 수 없습니다.
세상은 회사와 다른 교회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회, 성과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회, 이익보다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회, 속도보다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교회가
늘어날 때 세상은 더 희망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