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지혜는 이미지로 사람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한 배우였다. 실물이 상당히 예쁘다는 인터넷 상의 후기처럼 외모도 뛰어났지만 그 이상의 털털함과 친근한 모습으로 첫만남에서도 호감을 줬다.
서지혜는 반년 이상 SBS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를 한 이후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질투의 화신'에 출연했다. 전작이 끝나기도 전에 '질투의 화신'을 결정한 그는 "'그래 그런거야'가 끝나갈 무렵 '질투의 화신' 제안이 들어왔다. 타이밍적으로 맞아서 열심히 일해보자는 생각으로 바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지혜가 연기한 홍혜원은 걸크러시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여자였다. 정치인 아버지에 재력도 풍족한 집안을 뒀고 자신 역시 똑똑하고 능력 있는 아나운서였다. 지적인 겉모습과 함께 직설적인 화법과 욕설까지 거침 없이 내뱉는 언행으로 매력을 더했다.
"작가님이 뻔한 캐릭터는 재미 없을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으셨어요. 저에게 어떤 성격이냐고 물어서 남자 같은 성향도 있다고 하니까 안 믿으시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래 그런거야' 팀에 제 실제 성격을 물어보셨는데 상남자라고 했다나 봐요. 작가님이 욕도 할 수 있냐고 하시길래 저도 운전할 때나 편한 자리에서 가끔 하기도 한다고 했죠. 대학교 때 즉흥 연기를 하면서 욕 연기를 했던 에피소드도 이야기했고요. 그렇게 홍혜원 캐릭터가 그 자리에서 만들어졌어요."
'질투의 화신'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개성 있고 매력적이다 보니 홍혜원이 등장하는 신이 다소 적은 느낌도 있었다. 서지혜는 "초반에 임팩트가 강해서 분량이 적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서숙향 작가가 서지혜의 실제 성격을 반영했다고 한 만큼 어느 정도 비슷한지 궁금했다. 서지혜는 "욕설 연기는 힘들었다. 고급스러움을 간직하면서 시원하게 해야하기 때문에 고심해서 여러가지 장면으로 찍었다. 다양한 각도에서도 찍으면서 오래 공들였다"고 했다.
"모니터를 하고 나서는 오히려 더 차지게 할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그 장면을 재밌게 봤어요. 서숙향 작가님이 배우의 성격을 반영하고 그걸 극대화시켜서 쓰는 스타일이라고 하시던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하면서 했죠. 친구들 반응도 좋았고요. 제가 단아한 캐릭터를 하면 친구들이 낯간지러워서 못 보겠다고 하거든요. 솔직히 지금까지 한 작품 중 주변 반응이 제일 좋았어요."
욕하는 연기는 영화 '써니'를 참고했다면 앵커 연기를 위해서는 시간대 별 뉴스를 챙겨보면서 손동작이나 시선 처리, 말투를 분석했다. 앵커 연기가 어렵기는 했지만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길 정도로 흥미로웠다고 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세트장이 뉴스룸과 똑같아서 정말 뉴스를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시청률 공약을 했다면 뉴스에 진짜로 나가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발음이나 목소리 톤이 어렵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홍혜원은 이화신(조정석 분)에게 무덤덤하게 좋아한다고, 관심 있다고 말하고 키스도 먼저 했다. 서지혜는 "실제의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동안 작품에서도 내가 먼저 키스를 한 경험이 없어서 이번에는 조금 어려웠다. 그 장면에서 이화신이 안경을 끼고 있어서 동작을 세게 하면 안경이 틀어지더라. 그걸 맞추는 것도 힘들었지만 재밌기는 했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을 돌려서 하지 않고 다이렉트로 말하는 것도 조금 비슷해요. 저도 정확하게 제 의사 표현을 하는 편이에요.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어필을 하는 편이죠. 그런 시원시원한 성격은 비슷한 면이 많지만 저돌적인 키스나 연애에 있어서는 아니에요. 저는 아직까지 연애가 어려운 것 같아요. 연애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편이에요."
이화신의 매력은 서지혜에게도 뻗쳐 왔다. 서지혜는 드라마 속 이화신을 보면서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나도 20대 때는 나쁜 남자 스타일을 좋아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건 아닌 것 같다 싶더니 30대에 들어서는 고정원 스타일이 더 좋아졌다"며 "마음 편하게 연애하고 싶다. 이화신은 너무 매력적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화면으로 이화신과 표나리를 보고 있으면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상에는 서지혜를 두고 실물이 정말 예쁘다는 후기가 돌곤 한다. 평소에는 화장을 할 줄도 몰라 편하게 다니다는 그는 그런 반응이 좋다고 하면서도 약간은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저도 사람인지라 맨얼굴로 다닐 때도 있고 평소에 화장을 많이 하지 않아요. 할 줄도 모르고요. 피부와 눈썹 정도만 할 줄 알지 아이라이너도 못 그려요.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은 좋지만 편하게 다니고 싶기도 해요. 사실 몸매도 타고난 건 아니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식단 관리를 하는 거예요. 7년 정도 필라테스를 했고 새로운 운동도 좋아해서 골프도 몇 년 전부터 시작했어요.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서지혜는 이에 동의하며 "어릴 때는 잘 되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압박감도 심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20대 중반 쯤에는 이 일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쉰 적도 있다"고 했다.
"인간 서지혜의 시간을 가져보자 싶어서 학교도 다니고 사람들도 만났어요. 그 시간들로 인해 생각이 조금씩 변한 거죠. 누가 보면 욕심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주어진 걸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마음도 편해지고 일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쉬었던 시간이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두 작품을 연달아 한 만큼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서지혜는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바로 할 수도 있다"며 "다작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예전에는 내 모습을 많이 안 보여준 것 같다. 그래서 많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기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