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홍 칼럼] 예일이의 두 가지 실수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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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교육전문가)
예일이의 두 가지 실수
대학 이름에 집착하는 부모 사이에 한 아이가 태어났다.
이름은
예일. 태어나자 마자 명문대를 목표로 철저한 관리가 시작됐다. 천재가
되라고 아인슈타인 우유를 수입해다 먹이고, DNA 검사를 통해 신입생을 가려내는 뉴욕의 포사필로 유치원에
등록시키고,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장 많은 합격자를 낸다는 보딩스쿨로 진학시켰다.
학교 성적은 아이비리그 출신 튜터들에게 과목별 과외를 시키며 유지했고, 기회가
있는 대로 한국에 나가 교육1번지에 소재한 하버드 학원에서 SAT공부를
하고 미국에 돌아와서는 프린스턴 리뷰에서 재확인했다.
한국 체류 중에는 유펜치과, UCLA내과에서 검진을 받았고, 서류 혹은 소포를 보낼 때는 Fedex 보다는“What can Brown do for you?”란 선전을 펼치는UPS만 이용했다.
모든 송금과 예금은 컬럼비아 은행을 이용했고, 단어를 찾을 때는
미국의 표준사전인 웹스터를 젖히고 옥스포드와 캠브리지가 출간한 사전을 사용했다.
또 “아이비리그에 들어가려면 여름방학 때 pre-college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외국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필수”라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스탠포드의 EPGY프로그램을 거치고, 칠레, 파라과이 등에서 빈민구제 활동을 벌여 이력서를 두툼하게 만들었다. 여기에다
대필해주는 한국의 출판사를 통해 시집도 출간했다.
아이비리그 모든 대학에 지원한 예일이의 결과는 그러나, 모조리
불합격이었다. 당혹스런 예일이는 사업차 한국에 나가 있는 부모에게“대기자
명단에 올랐다”고 둘러대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알렸다.
대학진학은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전략적 상황이다.교통 체증을
빠져 나오려는 운전자들이 운전이라는 게임을 하고, 이베이에서 물건을 싸게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경매라는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런 게임에는 경기자, 전략, 보수라는 요소가 있다. 대학입시로 빗대보면 경기자는 지원자, 전략이란 지원자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 보수는
지원자가 선택한 전략에 따라 주어지는 합격 혹은 불합격 통지서다.
예일이의 첫 번째 실수는 모든 가능성을 타진하는데 있어서 빙산 끝에 모여 서로 눈치만 보는 펭귄처럼
행동한 것이다. 먹이사냥을 하는데 한 마리가 바다로 뛰어들어야 비로소 나머지도 뛰어드는 식이다.
반드시 명문대에 진학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남들이 그렇게
해서 갔으니 따라 하면 되겠지’라는 전략 아닌 전략을 만든 것이다.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부재가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우게 만든 것이다. 2002년 심리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는 수상 비결을 묻는 질문에 “운(運)이 많이
작용했다. 노벨상을 타겠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살지 않은 게 오히려 약(藥)이 됐다”고 답했다.
100명 지원자 가운데90명 이상을 떨어뜨려야 하는 입학 사정처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두 번째 실수다. 공정성, 공평성, 혹은 정의가 통하지 않는 곳이 입학사정처다.
입학사정은 주사위를 던지듯이 무작위 결과도 아니요 정밀한 과학도 아니다. 나아가, 입학사정관은 고대 그리스의 냉소주의자 디오게네스와 같다.
디오게네스는
목욕탕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먼저 목욕을 끝내고 디오게네스의 누더기 옷을 입고 나갔다. 친구의
명품 옷이 남았지만, 디오게네스는 호화로운 옷을 입느니 차라리 벗고 가겠다면서 벌거벗은 채 나갔다. 무엇이든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천박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대학지원자들은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자연스레 개발하는 합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의 판단과 선택을 은밀하게 조종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