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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나는 갈 길 모르니

시애틀N 조회 : 3,325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나는 갈 길 모르니
 
거의 30여년 전, 미국에서 목회를 하던 S목사는 남다른 뜻이 있어 고국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S목사의 나이 45세 되던 해, 우연히 지난 날 그의 선친 S장로가 북한에서 탈북하여 노모와 S장로부부 그리고 슬하의 24녀 등 모두 9명의 대가족을 거느리고 생계를 위해 강원도 탄광지대를 전전하다가 모든 일이 여의치 않아 서울로 돌아오던 그때 선친의 나이가 바로 S 목사의 그때 나이와 같은 45세 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45세였지만 S장로의 45세 때와 그의 아들 S목사의 45세 때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간극이 있었습니다

S목사는 그동안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서 교인 2,000명이 넘는 큰 교회로 성장시키고 의식주 같은 것은 문제도 되지 않는 풍족한 생활 속에서 목회에 전념하고 있었지만, 그의 선친은 그 나이에 9식구의 생존을 위해 탄광지대를 거쳐 서울 천호동, 그 당시 비만 오면 늪지대로 변하여 장화 없이는 살 수 없다던 그 지역의 값싼 셋방을 찾아가는 암울하고 눈물겨운 처지였습니다.

S목사의 고국 방문은 바로 지난날 그의 선친이 강원도에서 서울로 이동하던 그 길을 따라가면서 고인을 회상하며 추모하기 위한 방한이었던 것입니다. 그의 효성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때 이삿짐센터의 낡은 트럭에 9식구와 보따리들을 싣고 천호동으로 가던 당시 S목사의 나이 7.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냄비, 바가지, 밥그릇들을 담은 보따리에서 들려오는 덜거덕 덜거덕 소리에 맞춰 아버지 S장로가 계속 부르던 찬송소리가 S목사의 기억에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나는 갈 길 모르니 주여 인도하소서. 어디 가야 좋을 지 주여 인도하소서(375)”

그 찬송을 부르고 또 부르며 흔들리는 트럭에 기댄 채 먼산을 바라보던 선친의 심정, 간절한 신앙, 그리고 가족들을 위한 헌신적인 사랑을 그 현장에서 다시 새롭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S장로처럼 탈북하던 실향민들의 발길이 갈 길 모르던 지향(志向)없는 길이었고, 정든 고국을 뒤에 두고 수 만리 타국으로 떠나는 디아스포라도 막연한 기대는 가지고 있었지만 기댈 언덕이 없는, 뜬구름을 잡는 듯한 모험 속에 눈물을 뿌리며 떠나온 길이었습니다.

그들 만이 아니라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도 사실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한 길을 출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맞이하는 하루 하루, 한 해 한 해가 모두 다 갈 길 모르는 길 위에서 고뇌하는, 기로에 선 길목이 아닐까요

흔히 우리의 일생을 바다 위에 떠있는 나뭇잎과 같은 조각배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 조각배는 바다에 떠있는 동안 수시로 풍랑과 비바람에 시달립니다

때로는 심한 태풍을 만나 갈 길을 잃고 절망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그 배가 파도에 떠밀리고 떠밀려가다가 멈춘 곳은 암초가 아니라 고요하고 평화로운 포구인 것을 문득 깨달았던 체험은 누구에게나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 감격스러운 체험을 까맣게 잊고 있을 뿐입니다.

그 조각배는 바람따라 파도따라 무의미하게 표류하는 물체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을 위대하게 변화 성장시키시기 위해 단련시키시는 거룩하신 손길에 의하여 조종되고 인도되고 보호받는 존귀한 사랑의 대상인 것입니다.

찬송가 3752절로 넘어갑니다. “아무 것도 모르니 나를 가르치소서. 어찌해야 좋을지 나를 가르치소서.” 

신앙의 선배들이 막막한 인생 길에서 하나님께 전폭적으로 의지하면서, 인도하시는 손길을 간절히 호소하던 기도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갈길 모르는 우리에게 언제나 바른 길로선한 길로안전한 길로 인도하시는 전능하신 사랑의 인도자가 항상 우리 앞에 계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요.

**김 준 장로의 <신앙과 생활>을 추가로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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