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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아랫물이 윗물을 맑게

시애틀N 조회 : 4,841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아랫물이 윗물을 맑게

 
우리들이 많이 듣는 속담 중에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흐르는 냇물이나 강물을 보면 그 말이 맞습니다. 위쪽에서 탁류가 흘려내려 오는데 아랫물이 맑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흐르는 물이 아닌 고여 있는 물, 즉 호수ㆍ연못ㆍ옹달샘의 물은 윗물이 비록 흐려 있을지라도 아랫물의 어느 부문에서 샘줄기가 솟고 있다면 그 호수나 연못이나 옹달샘물은 아무리 혼탁한 상태에 있다고 해도 시간이 가면 반드시 맑아지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소위 윗물에 해당되는, 학식이 많은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 부요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들이 윗물로서의 책임을 외면했기 때문에 사회가 혼탁해지고 부정과 부패가 만연했던 역사를 우리는 경험해왔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악취를 풍기는 윗물만 탓하면서 모든 책임을 윗물에게로만 돌리고 아랫물로서의 책임과 사명은 망각하거나 과소 평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기독교인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목회자를 구심점으로 하여 그 분을 존경하고 그 분의 언행을 본받기도 합니다

당연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신도들이 목회자를 존경하듯이 목회자로부터 존경을 받는 평신도들이 많을 때 더 좋은 교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교장선생은 평교사들의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교장선생에게 존경을 받는 평교사가 많은 학교가 더 좋은 학교입니다. 대학도 그렇습니다. 그 대학의 총장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그 대학의 유능하고 덕망있는 평교수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만큼 신망이 두텁고 총장으로부터 존경받는 평교수가 많은 대학이 명문대학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지위가 높거나 직책이 중한 사람을 존경할 줄은 알고 있으면서도 지위나 직책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윗사람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고 또 존경받아야 할 존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위싱턴포스트의 XX기자와 뉴욕타임즈의 XX기자의 칼럼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꼭 챙겨 읽곤 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후 첫 기자회견때 그가 평소에 존경하던 그 기자들을 만나 악수를 하면서 한 말입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어 당신들과 같은 훌륭한 기자들과 악수를 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마틴 루터는 그 당시 막강한 교권의 위세에 눌려 있던 아랫물이었습니다. 그가 비록 미세해 보이지만 청정된 샘줄기를 계속 뿜어냄으로써 기독교는 물론 전세계 역사를 변혁시켜 놓았습니다.

419혁명 당시 윗물은 온갖 부정 부패속에서 이권과 정파 다툼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오염되지 않은 200여명의 젊은이들이 생명의 샘줄기와 같은 고귀한 순혈을 발산함으로써 위대한 정신혁명을 이룩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건국한 이래로 윗물이라고 할 만한 계층이 아랫물을 맑게 하기는 커녕 그 아랫물로부터 비난과 조소와 지탄을 받으면서 그 윗물 자체가 맑아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윗물은 계속 오염되고 썩어 악취만을 풍겨왔습니다. 정치계, 연예계, 법조계, 심지어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 걸쳐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후패되어 있습니다. 이제 더이상 윗물이 맑아지기를 기대할 수 없고 더 이상 속아 살기에도 지쳤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아무리 혼탁해졌다고 해도 아랫물에 해당되는 민초들이 각자 주어진 위치 어느 한 모퉁이에서나마 실낱 같은 샘줄기라도 중단없이 계속 송글 송글 뿜어내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위 아래 물이 함께 청정되어지리라는 확신 때문에 그 기대를 도저히 저버릴 수가 없습니다.

**김 준 장로의 <신앙과 생활>을 추가로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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