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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산조망대/ 흔들리는 철옹성

시애틀N 조회 : 4,867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흔들리는 철옹성

 
007’ 영화식의 첨단무기들이 즐비한 오늘날에도 남북전쟁 유물인 단발소총(라이플)으로 외침을 거뜬히 막아내는 철옹성이 있다. 장장 148년의 역사와 500여만명의 외골수 회원, 연간5억달러 가까운 로비예산으로 미국정부의 총기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비영리단체 전국총기협회(NRA: National Rifle Association). 그 철옹성이 요즘 사면초가에 몰렸다.

NRA는 꼭 일주일전 인디애나폴리스 연차총회를 전후해 격랑에 휩쓸렸다. 올리버 노스 회장(1980년대 이란-콘트라 사건 주역)이 라이벌인 웨인 라피에르 CEO(부회장 겸임)를 밀어내려다가 오히려 자신이 쫓겨났다. “미국정치에 개입하려고 NRA에 침투했다”는 러시아 첩자가 총회 날 법정에서 혐의를 시인했다. 재정 비리로 소송전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총회 전날 샌디에이고의 유대교 회당 안에서 백인청년이 자동소총을 난사해 4명의 사상자를 냈고, 하루 뒤엔 볼티모어에서 한 흑인이 옥외 파티중인 군중을 향해 총격해 사상자 8명을 냈다. 사망자만 11명을 낸 작년 10월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 테러 이후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이어지자 총기규제를 앞장서 막는 NRA를 비난하는 여론이 더욱 드세졌다.

그러나 NRA를 휘청거리게 만든 펀치는 따로 있다. NRA의 불법행위 혐의를 조사하겠다는 뉴욕 주정부 발표다(애당초 NRA의 설립 등록지는 뉴욕주임).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NRA는 십중팔구 면세혜택을 박탈당하고, 그렇게 되면 비영리기관인 NRA는 사실상 존립할 수 없다. 이미 한 총기규제단체는 NRA의 면세혜택 박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군으로 나섰다. 그는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와 레티시아 제임스 법무장관이 권한을 넘어 NRA를 장악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NRA가 뉴욕주를 떠나고 회원들이 단결해 뉴욕 주정부에 투쟁하라”고 부추기는 글을 트위터에 잇달아 올렸다. 이날 CEO로 재선된 라피에르도 “위기는 기회다. NRA는 다시 단합해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민주당원인 쿠오모 지사가 곧바로 트럼프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그는 “총기폭력에 당신이 한 일은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뿐이다. 만연하는 총기폭력으로 미국이 병들었고 아이들은 죽어간다. 결단의 행동이 필요한 때다. 결단은 진정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분명히 말하는데 당신과 달리 뉴욕주는 NRA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라고 꼬집는 성명서를 냈다

트럼프에겐 NRA가 보물단지다. 2012년 어린이 20명과 성인 7명이 학살당한 샌디훅 초등학고 총격사건 이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총기규제법을 강화하려고 하자 NRA는 “오바마 행정부가 수정헌법의 총기소유권을 송두리째 파기시키려든다”고 선동해 캠페인 기부금을 모은 후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3,000만달러 넘게 퍼주었다.

하지만 당선된 트럼프는NRA에 슬럼프를 안겨줬다. 총기 옹호자가 백악관을 차지해 더 이상 걱정할 게 없어지자 회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2017년 수입손실이 5,500만달러에 달했다. 직원들에 주던 무료 커피까지 중단했다. 보험회사로부터 ‘킥백’을 받고 특정 보험상품을 회원들에게 강매했다는 루머도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의 칼도마에 올라 있다.

NRA는 남북전쟁 6년 후인 1871년 창설됐다. 당시의 라이플 2정을 독수리가 발로 꿰차고 날아가는 모습이 휘장에 그려져 있다. 10년 먼저 설립된 영국 NRA를 본 따서 총기안전과 사격술 함양을 표방한 비영리단체였지만 점차 총기제조회사와 판매상들을 대변하는 이익단체 모양새로 바뀌었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로 부상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모든 총기구입자의 엄격한 신원조사를 지지했다. 10년전 54%의 거의 2배다. NRA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제임스 법무장관은 NRA가 ‘양두구육의 테러집단’이라고 대놓고 규탄한다. 철옹성 NRA가 내우외환으로 흔들린다. 하지만 쉽게 무너지진 않는다. 내년선거에서 부활할 터이다. 백인보수층의 저력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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