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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산조망대/ 미국에 부는 치맛바람

시애틀N 조회 : 4,828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미국에 부는 치맛바람
 
지난주 동료문인 모임에서 선배 한분이 여남은 명의 점심값을 슬그머니 혼자 계산했다. 손자가 서울대 의대에 합격해 한 턱 낸 것이라고 해 모두 박수로 축하했다. 그 어려운 관문을 자기 실력으로 통과했으니 가문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자녀들을 치맛바람으로 명문대에 불법 입학시켰다가 요즘 줄줄이 패가망신 당하는 미국의 부자, 명사들과 대조적이다.

사흘전 에미상 수상경력의 펠리시티 허프만과 역시 헐리웃 인기스타인 로리 라플린이 다른 부자 학부모들과 함께 보스턴 연방지법에 출두해 인정신문을 받았다.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대학입시 비리사건에 연루된 혐의다. 체포된 50(학부모 33) 중엔 국제 법률회사 전 공동회장 고든 캐플란과 실리콘 밸리의 벤처 자본가 매뉴엘 앙리케즈도 포함돼 있다.

또 비영리 자선기관 간판을 걸고 부정입학을 알선한 자칭 진학상담가 릭 싱어를 비롯해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자녀를 입학시켜준 예일대 전 여자축구 감독 루디 메레디스, 조지타운 대학 테니스코치 고든 언스트, UCLA 전 축구팀 코치 호지 살세도, 웨이크 포리스트대학 여자배구팀 전 코치 윌리엄 퍼거슨, USC 전 워터폴로 코치 조밴 바빅도 끼어 있다.

인기 TV 싯콤 ‘풀 하우스’를 통해 크게 뜬 라플린은 싱어를 통해 50만달러를 뇌물로 주고 선수경력이 전혀 없는 두 딸을 USC 조정(보트경주) 특기자로 합격시켰다. 허프만은 SAT 시험 감독관에게 15,000달러를 주고 딸의 시험지를 고쳐 USC에 합격시켰다. 기소된 학부모33명 중 절반 이상이 USC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고 연방수사국(FBI)이 밝혔다.

싱어의 입시비리 조직망에는 전국 명문대학 스포츠팀 코치들과 신입생 사정담당관은 물론 시험지를 대필해주는 SAT ACT 시험감독관, 멀쩡한 아이를 장애자로 둔갑시켜주는 의사들도 끼어 있다. 싱어가 이들에게 건넨 학부모들의 뇌물은 물경 2,500여만 달러에 달한다. 그는 일찌감치 FBI에 전향해 고객 학부모들의 범죄증거를 확보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한국은 대학입시 비리 천국이다. 자고로 돈 있고 빽 있는 아이들에겐 대학 뒷문이 항상 열려 있다. 지난 2016년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승마선수로 부정입학했다가 박근혜정부의 몰락과 함께 입학이 취소됐다. 최근엔 성균관대학 교수 딸이 남의 논문으로 서울대 치대 대학원에 합격한 의혹이 불거져 교육부가 배경을 조사 중이다.

가수 정용화와 조규만도 지난해 경희대 응용예술대학원에 부정입학했다. 부산 경상대는 3년간 301명을 부정입학시켜 총장이 파면되고 내년 신입생 정원을 모집할 수 없게 됐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악용하는 부정입학도 기승이다. 교육부에 보고된 부정입학 취소사례 209건 중 58건이 외국에 편법으로 단기간 거주한 후 재외국민으로 행세한 케이스였다.

한국 대입비리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주말 TV 드라마 ‘SKY 캐슬’이 지난2월 종영됐다. 한국의 최고 명문사립 ‘주남대학’ 교수들이 모여 사는 유럽풍 마을 이름이다. 역시 가상의 명문 자율형 사립고교인 ‘신아고교’도 등장한다. 자녀들을 왕자와 공주로 키우려는 돈 많은 사모님들의 치맛바람을 묘사한 이 드라마는 전국 최고시청률(종편)을 기록했다.

미국 대입제도는 선거제도만큼이나 복잡다단하다. 금수저들은 성적과 관계없이 떳떳하게 명문대에 입학한다. 트럼프 대통령 사위로 백악관 비선실세인 자렛 쿠쉬너도 실력미달이지만 하버드에 입학했다. 일찍이 그의 아버지가 250만달러를 하버드에 기부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50만달러를 뇌물로 준 라플린은 기소됐다. 기부금과 뇌물의 구분이 애매오호하다.

대다수 한인들은 숨통 조이는 한국의 대입경쟁과 치맛바람이 지겨워 미국에 이민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 교육제도도 예전 같지 않다. 한인 등 소수계의 대학진학을 돕기 위해 마련된 ‘어퍼머티브 액션’도 이젠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한인 이민자들이 많지도 않은 데 교육환경마저 혼탁해진다.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말이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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